오피니언 사설

전작권 이양, 북 핵위협 소멸 때까진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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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의 핵실험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한 제재 결의 이후 긴장이 고조된 상태에서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와 군사위원회 회의(MCM)가 열렸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상황에 대한 군사전략적 대응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이양 시기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 된 이번 회의에서 양국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우선 MCM에서 양국 합참의장은 북한 핵 위협에 상황별로 자동 대응하는 작전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미연합사령관에게 공동 지시했다. 당연한 일이다. 미국은 지난해까지 "핵우산의 지속적 제공"이라는 표현을 양국 국방장관 공동성명에 삽입하는 선언적 핵우산 제공 의사만 밝혀왔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면 그 정도로도 큰 무리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군사 위협이 '핵 위협'으로 급변한 상황에서 선언적 핵우산만으론 결코 충분치 않다.

이번 공동지시에 따라 한.미 연합군은 북한의 핵 위협이 제기되는 다양한 상황에 맞춘 구체적 행동계획을 조만간 가질 수 있게 됐다. 북한이 핵무기에 의지해 전쟁을 도발한다면 초기에 핵무기 사용을 못하게 하고, 만의 하나 실패할 때 핵 피해를 최소화하며, 나아가 충분한 보복 수단을 확보하는 방안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대응책들이 거의 자동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면 북한의 핵전쟁 도발 유혹은 효과적으로 봉쇄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양국이 이번에 전작권 이양 시기를 확정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전작권 이양과 함께 해체될 한미연합사령부가 핵 대비 계획을 마련하고 계획 실행을 준비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양국은 이런 모순에 보다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적어도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고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전작권 이양을 미뤄야 한다. 미국은 한국군의 전력이 대북 억지력을 충분히 갖췄다며 전작권 조기 이양을 주장하지만, 핵에 관한 한 한국군은 억지력을 전혀 갖추지 못한 상태다. 또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핵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양국 국방장관은 이번에 전작권 이양을 전제로 한 '한.미 지휘관계 로드맵'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 로드맵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이전 상황에 맞춰 작성된 것이었을 뿐이다. 최소한 현실화된 북한 핵 위협에 대해 확실한 대비책이 마련될 때까지 전작권 이양 논의를 유보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