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우디와 수교 계기로 본 대외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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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천안문 늪」탈출… 외교반경 확대/서방대응 제3세계에 역점/대륙통일협상 주도도 겨냥/북경대회 앞서 북한 “대우”에 주목
중국외교가 최근 인도네시아와 23년만의 관계정상화를 선언한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교를 수립하는등 천안문사태이후의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행동반경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동국가로서는 유일하게 대만과 수교해온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국교수립은 경제력을 배경으로 「탄력외교」를 전개해온 대만의 「1국양부」(1국가 2정부)정책에 일대 타격을 주는 것으로 앞으로 중국ㆍ대만의 통일협상에 중국의 주도권이 크게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외교의 걸림돌이 되어온 대만은 89년이후 바하마등 6개국과 국교를 맺으면서 중국과의 대등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국제적 지지기반을 「경제원조」를 무기로 확대해 왔다.
88년 우루과이와의 수교이후 천안문사태를 겪으며 국제적 고립을 감내해야 했던 중국으로서는 이같은 대만의 외교적 추월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대사우디수교는 시기적으로 천안문사태가 준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중국이 「전중국인민의 유일한 정통대표」임을 재확인하는 1석2조의 외교적 승리를 장식하게 된 셈이다.
중­사우디 관계가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86년부터다. 중국이 이스라엘ㆍ이란까지 사정거리를 가진 중거리 지대지미사일 CSSⅡ (사정거리 3천5백㎞)를 사우디에 판매하면서부터였다.
엄격한 교정일치의 정치체제를 지닌 이슬람국가인 사우디가 사회주의를 「무신론」으로 단정,1938년 소련과 국교를 단절했었다. 사회주의 국가로서 이를 고수하는 중국과 처음으로 외교관계를 회복한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로 지적된다.
그러나 석유수출선인 대만이 주는 경제적 이익보다 유동화하는 중동의 정치ㆍ군사적 지위확보를 꾀하는 사우디는 중국을 필요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서방국가들이 대중경제제재조치를 취한 이래 중국외교의 특징으로 부각된 것은 「제3세계 외교」.
장쩌민(강택민)당총서기가 한반도관계발언에서 『아시아 국가로서의 중국』이라고 했듯 「아시아국가,제3세계 국가」로서의 중국이라는 표현이 부쩍 늘어났다.
중­사우디 수교에 대해 중국관영 인민일보는 23일 사설에서 양국수교의 의의를 강조하는 한편 『제3세계의 단결과 협력강화는 중국외교정책의 출발점』이라고 거듭 천명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 후반기 양상쿤(양상곤)국가주석의 남미순방을 전후해 등장한 것으로 천안문사태에서 비롯된 외교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제3세계 외교강화를 내세우게 된것은 소련ㆍ동구의 급격한 정치적 변혁의 대열에서 벗어나면서 냉전질서의 해체이후 구미국가들과 나란히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발판구축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결과로 보인다.
이같은 중국외교의 국지화내지 복고적 형태로의 변화가운데 또하나의 특징으로 보이는 것은 명과 실의 분리정책.
대만이 사우디의 단교에 거센 항의를 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사관을 무역대표부로 격하해 지금까지의 무역ㆍ경제관계를 지속할 전망인데도 중국은 전례대로 묵인하고 있다.
이는 곧 중국이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되는 한 대만의 실리추구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철저한 현실주의 노선을 반영하는 것이다.
오는 9월의 북경아시안게임은 사회주의 중국이 성립된 이래 최대의 외국인이 모여든다는 점에서 중국외교는 새로운 도약을 예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소련이 일찍 북한 카드를 포기한 데 대해 여전히 남북한의 관계에서 동시에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최근의 외교동향과 함께 북경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해 대한정책에서 어떤 융통성을 보일 것인지가 관심거리다.<홍콩=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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