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씨「굿 퍼포먼스」열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세계적인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씨(58)가 20일 오후 4시 서울 사간 동 갤러리현대 뒷마당에서 굿퍼포먼스를 벌여 국내 문화예술계의 관심을 모았다.
백씨는 이날 갓과 도포를 차려입고 전통무속인 오귀 굿 기능보유자 김유선·김설출씨 일행과 함께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독일의 예술가 고요셉 보이스(1921∼1967)의 넋을 달래는 진혼제를 한시간 가량 행위예술로 펼쳤다.
속을 드러낸 피아노가 제상이 되어 보이스가 생전에 즐겨 쓰던 모자의 시멘트모형이 얹혀지고 제수가 차려졌다.
백씨는 시멘트모자에 불을 붙이고 긴 담뱃대로 놋그릇을 때리고 갓 위에 면도크림과 케첩·생쌀을 부은 후 얼굴로 뭉개는 등 기상천외한 행위로 보이스의 넋을 달랬다.
백씨가 보이스의 진혼제로 굿을 택한 것은 보이스가 생전에 동양의 굿, 그 중에서도 몽고의 굿에 많은 관심을 가졌기 때문.
이 행위예술과정은 프랑스 TV인 카날 플뤼스 제작팀에 의해 녹화되어 그의 특집프로에 삽입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는 문화예술계인사와 국내외 기자 등 4백여 명이 지켜보았는데 백씨는『장소가 비좁아 오히려 효과적이었다』고 만족해하면서『오늘이 내 생일이라 더욱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