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수는 이어 기업들이 금고가 넉넉한데도 적대적 기업합병에 대비한 '탄약' 준비, 노사분규 피로, 지배구조개선 요구, 공정거래.입지 규제 등으로 투자를 꺼린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관련해 김 교수는 "엄청난 돈을 들여 토지를 수용하고 그 돈이 풀려 땅값이 오르자 이를 잡으려 다시 부동산 대책을 강화하면서 '병 주고 치료도 하는' 모양새가 연출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책당국이 시장 상황보다 정치 상황에 민감하다"며 전문관료들이 소신껏 경제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는 '자원'이 아닌 '사람'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이게 잘 안 된다고 우려했다. "굴뚝산업이 쇠퇴하고 지식산업이 확대되는 등 경제 구조가 지각변동을 겪는데도 교육 평준화 등에 발목이 잡혀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걱정이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이근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FTA 목적의 하나로 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를 내세웠지만 서비스업은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므로 선발주자인 미국이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며 교육평준화 등을 해결해 서비스업의 핵심동력인 인력을 양성하지 못하면 결국 FTA 체결 이후 양극화만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정부에 "국내 협상을 더 적극적으로 하라"고 주문했다. 예컨대 쇠고기 수입, 스크린쿼터 축소 등 '4대 선결조건' 수용을 둘러싼 논란도 사실은 한국의 개방 의지를 의심하는 미국 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는데 이를 정면돌파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응해 일이 꼬였다는 것이다.
김준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