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치 정보 정확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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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독자적인 측량 기준점(동해원점)이 처음으로 설정됐다. 지적공사 관계자들이 18일 오후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독도박물관 입구에 설치된 '동해원점' 표지판 앞에서 지표 측량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측량 기준점이 100년 만에 새로 설정됐다. 행정자치부는 18일 울릉도에서 중앙지적(地籍)위원회를 열고 독자적인 측량원점(기준점)인 동해원점 설치안을 의결했다. 오후에는 동해원점이 놓인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에서 '지적위성기준점(표지석)' 제막식 행사가 열렸다.

행자부는 19일엔 독도에 두 번째 기준점을 설치한다. 2008년까지 전국 1200곳에 새 기준점을 단계적으로 설치할 방침이다. 1910년 한일병합 이후 국내의 지적은 일본 도쿄를 기준점으로 삼아 측량을 해 왔으며 서부.중부.동부의 3개 원점이 있었다.

◆ 왜 바꾸나=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일대 108필지의 농지는 지적도와 실제 측량에 의한 땅의 경계가 모두 2~3m씩 차이가 난다. 처음 지적도를 만들 당시 측량 기준점이 부정확하게 설정됐기 때문이다. 지적공사 배종욱 팀장은 "지적도와 실제 측량 결과가 달라 발생하는 민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측량은 일제가 토지조사사업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도쿄를 기준점으로 계속 선을 이어오며 위치를 표시하는 방식이다. 거리가 가까우면 문제가 없지만 도쿄에서 멀어질수록 위치 표시는 부정확해진다. 100년 전의 측량기술 한계 때문에 측량 지점이 쓰시마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정확도는 크게 떨어졌다.

지도에 위치를 표시하는데도 문제가 생긴다. 도쿄 원점을 기준으로 한 좌표와 국제표준방식(세계 측지계)을 사용한 좌표 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18일 설치된 동해원점은 도쿄 원점을 기준으로 한 좌표는 '북위 37도 28분 47.2005초, 동경 130도 54분 01.1705초'다. 그러나 세계측지계를 기반으로 측정하면 '북위 37도 28분 57.4331초, 동경 130도 54분 02.7496초'가 된다. 남동쪽으로 약 365m 차이가 난다.

<표 참조>

이에 따라 부정확한 일본식 기준점 대신 위성을 이용한 GPS 방식으로 측량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 문제점=동해원점을 기준으로 GPS를 이용해 전국 지적도를 재작성하면 옛날 지적도와 차이가 생기게 된다. 경계가 틀어지고 토지면적이 늘거나 줄게 돼 토지소유권을 둘러싼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적측량 등 토지소유권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현재의 지적도를 그대로 사용키로 했다.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새 지적도는 내비게이션 등 지리정보시스템 분야에만 이용할 방침이다. 다만 국유림.행정중심도시.뉴타운.재개발지역 등 소유권 분쟁 소지가 없는 곳은 새 시스템에 따라 지적도를 작성한다.

행자부 관계자는 "최소한 20년은 이원체제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 측지계(測地系)=지구상에 번지를 부여하는 방식. 지구가 울퉁불퉁한 타원체이기 때문에 실제 지구 모습에 최대한 가깝게 가상의 기준 타원체를 만들고 이를 기준으로 특정한 지점의 위도와 경도.높이를 구하는 것이다. 위치정보시스템(GPS)을 통해 정확한 좌표를 구하는 방식을 '세계 측지계'라 한다. 한국은 그동안 도쿄를 측량원점으로 하는 '도쿄 측지계'를 사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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