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국 선수에 벌금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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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 재무부가 지난해 이란에서 외국인 용병 선수로 뛴 미국인 농구 선수 20여 명을 처벌하기 위해 조사하고 있다고 BBC가 18일 보도했다. 미 정부 규정에 따르면 미국인이 이란에서 돈을 벌기 위해 취업할 경우 반드시 재무부의 특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인 농구 선수들이 이 같은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만약 선수들이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들은 5만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란 농구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인 농구 선수들은 자신이 재무부의 특별허가가 필요한지도 몰랐다"며 "그들은 선의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농구는 이란의 인기 스포츠다. 지난해 이란 농구팀에서 활약한 미국 선수들은 20여 명에 이른다. BBC는 "이란에서 미국인 농구 선수들의 활약은 정치적 갈등을 넘어서 미국.이란이 손을 잡은 매우 드문 경우였다"며 "그러나 이런 양국 협력관계도 이젠 막을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란에 남아 있는 미국인 선수는 두 명에 불과하다.

이란에 주재하는 서방 외교관들은 "지금까지 이런 제재 조치가 스포츠 선수에게 적용된 적이 없었다"며 "미 정부가 규정을 미리 고지했다면 이를 어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재무부를 비난했다.

그러나 재무부는 이런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수들을 각각 만나 계약사항 등을 조사하고 있다. 몰리 밀러와이즈 재무부 대변인은 "이는 규정 위반이 의심되는 경우 행해지는 통상적인 절차일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대(對)이란 제재는 1979년 11월 테헤란 미국대사관 인질사건 이후 반세기가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이 조치에 따라 미국은 이란에 대한 무역과 서비스 제공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한편 핵 개발을 계속해 온 이란은 최근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이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란은 지난 몇 년간 서방의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를 줄곧 거부해 왔다. 이란은 또 최근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미국이 대북 경제 제재를 풀지 않고 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여 북한의 핵실험을 초래했다"고 논평한 바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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