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묵은 '월드컵T', 때아닌 사재기 바람

중앙일보

입력

4년 전 찜질방용으로까지 '땡처리'된 한일월드컵 공식티셔츠를 업체들이 사재기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2002년 ‘붉은악마 티셔츠(Be the Reds)’ 열풍에 밀려 부도가 나는 바람에 총생산량 200여만장 가운데 80%가 원가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처분됐던 ‘2002 FIFA 월드컵 공식티셔츠’다. 이 애물단지가 뒤늦게 인기를 끄는 이유를 분석한 자료가 나왔다.

월드컵도우미전화(02-562-0550)가 2002년 7월1일부터 2006년 10월1일까지 조사한 '한일월드컵 공식티셔츠에 대한 소비자 태도'에 따르면, '국제대회인 만큼 공식 티셔츠는 세계적인 수준이어야 한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권유에 따라 당시 생산업계는 장당 7만4000원짜리 골프 티셔츠<사진>까지 내놓으며 고급화를 지향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인식한 업체와 소비자들이 정가의 80~90% 할인경매 시기를 놓칠리 없다는 것이다. 2002 FIFA 월드컵 공식티셔츠 제조업체협의회(공동대표 최정기)에 따르면, 98 프랑스월드컵 공식티셔츠처럼 개최국 생산 공식의류는 재고품이 아니라 소장품으로 인정받는다.

2002년 것이 올해 것보다 더 대접받고 있기도 하다. 2006 독일월드컵 공식티셔츠는 우리나라가 16강에 들지 못한 탓에 땡처리조차 힘든 상황이다. 반면 2002 티셔츠는 ‘4강 진출’, '꿈은 이루어진다' 등을 상징하는 의류라 기업들이 특히 좋아한다. 사원 단체연수나 체육대회 등 단합을 필요로 하는 행사용 유니폼으로 인기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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