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그라민 은행 운영방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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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금리를 보면 수익창출형 대출은 연 20%, 주택마련 대출은 8%, 학자금 대출은 5%입니다. 걸인에게 대출해 줄 땐 아예 이자를 받지 않습니다. 예금 금리도 8.5~12%로 한국과 비교하면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의 금융시장에 비하면 그리 높은 금리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라민 은행은 한 사람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5명이 그룹을 형성해야만 돈을 빌려줍니다. 그룹의 회원은 같은 마을에 살아야 하고 경제 상황도 비슷해야 합니다. 땅이나 재산이 없어야 하지요. 한 가정에서 한 사람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부부 또는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그룹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그룹을 만든 이유는 공동체라는 인식에 따라 열심히 일하고 대출금도 갚도록 서로 격려하고 자극을 주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빌린 돈은 당초 신고 목적에 따라 일주일 안에 써야 합니다. 일주일 안에 쓸 수 없는 사람은 투자할 때까지 은행에 예치해 둬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다른 목적으로 돈을 쓰는 것을 막는 것이지요.

또한 대출금으로 구입한 모든 자산과 물건은 대출금이 상환될 때까지 은행 소유가 됩니다.

만일 그룹 회원 중에 분할 상환을 불규칙하게 하거나 그룹 모임에 불참하면 벌금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 벌금은 그룹 자금으로 예치되지요.

그룹 회원은 그룹 자금으로 그라민 은행의 주식을 살 수 있습니다. 다만 주식은 사고 팔 수가 없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그라민 은행 주식의 94%를 대출 고객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6%는 정부가 갖고 있고요. 대출고객에게 '내 은행'이라는 주인의식을 심어줘 상환율도 높이고 자활의지도 북돋워주자는 취지지요.

이 은행은 상환율이 99%에 달합니다. 돈을 빌린 사람 대부분이 대출금을 갚고 있는 셈이지요. 그 덕에 83년, 91년, 92년 세 차례만 빼놓고는 매년 이익을 내고 있답니다. 전체 대출고객(661만 명)의 97%가 여성인 점도 독특합니다. 고객 1인당 평균 대출액은 865달러(약 82만원)입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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