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슈운지 "봉준호 감독에게 선수를 빼앗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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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슈운지(42)만큼 한국인에게 친숙한 감독도 흔치 않다. <러브레터>로 국내에 알려진 그는 <릴리 슈슈의 모든 것>, <하나와 앨리스>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감성을 선사하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엔 감독이 아닌 제작자로서 부산을 찾았다. 이와이 슈운지는 <무지개 여신>(쿠마자와 나오토 감독, 우에노 주리, 이치하라 하야토 주연)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쿠마자와 나오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우에노 주리와 니치라라 하야토가 주연을 맡은 <무지개 여신>은 첫 사랑에 관한 영화다. 친구로 지내던 연인 아오이(이치하라 하야토)가 죽고 나서야 뒤늦게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된다는 스토리. 그에게 영화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느냐 물었다. "주로 열심히 생각한다. 후배들에게는 직접 발로 뛰라고 얘기해주는 편이지만 정작 나 자신은 계속해서 소재를 생각해내는 편이다."

"작가 사쿠라이씨가 <러브레터>의 대단한 팬이어서 작품에 그 영향이 묻어났다. 이러다 눈밭에서 '오겡키데스카 ̄'를 외치는 장면까지 나올 것 같아 안 되겠다 싶어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워낙 <러브레터>가 히트작이었던 만큼 어딜 가나 <러브레터>에 대한 질문이 끊이질 않는다. 이미지가 고정되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러브레터>를 만든 지 10년이 흐른 만큼, <무지개 여신>도 10년 후 계속해서 회자되었으면 한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감독인 만큼, 평소에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도 대단할 것 같다는 말을 건넸다. "즐겨 보는 편이다. <살인의 추억>, <엽기적인 그녀>, <오아시스>를 인상 깊게 봤다. <괴물>은 아직 보지 못했는데 기대가 된다. 내가 먼저 괴수 영화를 찍으려고 했는데 봉준호 감독에게 선수를 빼앗겼다.(웃음)" 이와이 슈운지는 현재 일본의 거장 이치카와 콘 감독의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중이다.

부산=이지영 기자(deebeeja@movieweek.co.,kr)

사진=고용훈(에이젼시 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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