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정보망서 언론사 저작권 침해…국정홍보처, 알고도 묵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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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홍보처가 운영하는 '정책기사 점검시스템' 사이트. 중앙일보 9월 11일자 기사가 제기한 비판을 문화관광부가 수용한 뒤 올린 내용이다.

국정홍보처가 위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언론사의 저작권을 침해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은 16일 "국정홍보처가 인트라넷(내부정보망)에 (특정 주제와) 관련된 기사 전문을 올리도록 각 부처에 지시했다"며 "이는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국정홍보처는 지난해 1월부터 정부 인트라넷에 '정책기사 점검 시스템'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 관련 기사를 '수용할 기사'와 '대응할 기사'로 나눠 해당 부처가 대응 방법을 올리도록 해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다.

국정홍보처는 이 사이트를 열면서 각 부처에 '사용자 매뉴얼'을 배포했다. 이 매뉴얼에 따르면 각 부처는 자신들과 관련해 기사가 나오면 '대응 현황 및 결과'와 함께 기사 전문을 사이트에 올려야 한다. 기사를 스크랩한 뒤 스캔한 파일(확장자 jpg)을 올리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정홍보처는 이 사이트를 운영한 지 3개월이 흐른 지난해 4월 문화관광부에 "언론 기사 게시가 저작권법에 저촉되는지 알려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곧바로 "허락 없이 전문을 활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위배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문화부가 당시 제시한 해결책은 ▶기사 전체가 아니라 반론을 제기할 부분만 발췌해 올리거나▶각 신문사와 계약을 체결한 뒤 기사를 싣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에 따르면 국정홍보처는 문화부의 유권해석 뒤에도 기사 전문을 올리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 의원은 주장의 근거로 문화부가 중앙일보 기사를 올려놓은 이 사이트의 9월 11일자 사진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국정홍보처의 이런 행위는 저작권법 16조(복제권)와 19조(배포권)를 위반한 것"이라며 "또 공무원들에게 기사의 일부분이 아니라 전체가 문제라는 오해도 낳게 한다"고 주장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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