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투수코치 "역시 김인식 감독"

중앙일보

입력

"역시 김인식 감독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시진 현대 투수코치가 14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 앞서 적장 김인식 한화 감독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나타냈다. 2차전 한화 선발로 당초 낙점했던 류현진이 아닌 정민철을 내세운 배경을 신문을 통해 읽고서다.

김인식 감독은 전날 1차전 패배 뒤 로테이션을 바꿔 3차전 선발 정민철을 앞당겨 발표하면서 류현진을 뒤로 밀었다. 그러면서 "젊은 투수지만 (류)현진이의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1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선수생활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즌 막판 어깨에 담이 걸린 바 있던 류현진은 준PO 2차전(9일)에서 팔꿈치까지 뭉쳤다.

비록 팔꿈치 통증이 있긴 하나 1차전을 패배한 상태에서 사실상 에이스인 류현진 카드를 버리기에는 고민이 많았을 듯. 그러나 결국 '재활의 신'이라는 닉네임답게 김 감독은 눈앞의 1승 대신 선수를 보호를 선택한 것이다.

투수조련사로 일가를 이룬 김시진 코치는 "아무리 무쇠팔이라도 풀시즌을 치르면 지치게 돼 있다. 기분상 아닌 것 같아도 자신도 모르게 피로가 누적된다. 신인일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며 김 감독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나도 현역시절(삼성) 정규시즌 때 27승을 하기도 했지만 정작 포스트시즌에서는 팔이 아파 제대로 공을 뿌린 적이 거의 없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사실 무리해서 1승을 챙기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도 있지만 결국 탈이 나기 마련이다. 1984년 최동원, 1992년 염종석 등 역대 사례가 말해준다.

김시진 코치는 "결정은 감독의 몫이지만 나 역시 (장)원삼이가 현진이와 같은 처지였다면 등판을 무리하게 건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명감독 명코치는 서로 통하는 데가 있었다.

한편 깜짝 선발로 나선 정민철은 이날 호투를 펼치며 한화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수원=정회훈 기자 [hoony@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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