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홍보수석은 리베로 수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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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3일 오후 문화관광부 국정감사에선 한나라당 의원들과 청와대 이백만 홍보수석,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충돌했다. 8월 국회 운영위에서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 파문과 관련해 한 차례 격돌했던 양측은 이날 국감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재연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문화부 국감에 일반인 증인으로 참석한 이 수석과 양 비서관에게 유 전 차관 경질로 불거진 청와대의 아리랑TV 부사장 인사협의 과정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포문은 장윤석 의원이 열었다. 장 의원은 인사협의의 법적 근거를 물었다. 대통령조차 법에 의해 국정을 하는데 청와대 비서진이 법령에도 없는 규정에 따라 문화부 산하기관의 인사를 협의한다는 건 법치국가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통상적으로 인사협의를 하고 있다. 인사협의도 청와대 보좌관의 주요 업무"라고 대답했다.

이계진 의원은 이 수석을 가리켜 '리베로 수석'이라고 질타했다. 홍보수석이 인사에도 간여했다는 것. 그리고 "청와대가 갖고 있는 유 전 차관의 직무감찰 기록을 왜 제출하지 않느냐"고 다그쳤다.

양 비서관은 "의원님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도표를 만들었다"고 미리 준비해온 도표 두 개를 공개했다. 그리고 문제의 '배 째 드리죠' 발언은 유 전 차관이 문화부 직원들에게 들었다는 것 외에 확인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유 전 차관이 오늘 국감 자리에 참석했다면 진실을 가릴 수 있었을 텐데 그럴 수 없어 아쉽다"며 "앞으로도 필요하면 광의의 인사협의를 할 것"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이어 정병국 의원이 양 비서관에게 "오만방자하고 무소불위한 행태를 벌이고 있다"며 반성을 요구하자 양 비서관은 "호통치지 말고, 반말하지 마라"라고 맞받아쳤다. 또 "어떤 부분을 반성해야 할지 말해 달라"고 했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이 수석과 양 비서관을 나무라는 모습이 연출됐다. 전병헌 의원은 "(두 사람이) 대통령에게 누가 안 될까 걱정하는 것보다 본인들이 거리낌 없이 설명하는 데 집착하고 있다"며 "비서로서 대단히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14명 가운데 유 전 차관 등 7명이 건강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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