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중, 대북원칙은 세웠다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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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제의 한.중 정상회담은 북한 핵실험 사태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못지않게 중요한 회동이었다. 두 나라는 북한과 경계를 맞대고 있고 북한에 대한 가장 큰 경제적 지원국이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자 6자회담의 개최국이다. 이 두 나라의 행동이 핵실험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 대응에 매우 중요한 변수다.

양국은 핵실험을 용납하지 않으며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체의 행동을 중지하고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북한의 핵 폐기를 양국의 공동 목표로 설정하며 6자회담이라는 외교적 틀을 활용한다는 큰 틀을 짠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에 보조를 맞추고 유엔 안보리에 동참의 사인을 보낸 것이란 점에서 바람직한 합의다.

그러나 두 나라는 회담에서 앞으로 양국이 국제사회와 이견을 빚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 두었다. 안보리의 대응 조치를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치'라는 조건을 단 것이다. 유엔 안보리가 만약 군사적 제재를 추진하면 이에 반대할 것이며 현재 논의되는 경제적 제재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는 양국의 입장과 환경을 따져 보면서 동참 규모를 정할 것을 시사한 것이다. 한국의 관리는 "(유엔이 정하는 경제 재재가) 효과가 있고 양 정상이 확인한 (필요하고도 적절한 것이냐는) 내용에 맞으면 참여할 것"이라고 선을 그어 놓았다.

유엔 안보리가 1차적 결의안을 내놓으면 한국과 중국은 각각 그 실천 방안과 관련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분들을 가지고 있다. 한국엔 대표적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있다. 중국은 북한 수요의 90%를 충당하는 원유 공급이 있고 압록강 철교를 지나 북한 땅으로 들어가는 수백, 수천 대 트럭의 물자 교류가 있다. 북한은 생필품도 대중국 교역에 대거 의존하고 있다.

이런 구체적 사안들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어제의 회담은 두꺼운 숙제 책의 첫 장을 연 것에 불과하다. 이제 안보리 결의의 시행을 두고 관련국 간에 갈등이 생겨날 소지가 높다. 이렇게 된다면 결국 안보리의 제재도 효력을 잃게 될 게 뻔하다. 오히려 북한은 이를 이용하려 들 것이다. 혹시 한국이 지금까지와 같이 북한에 대해 다시 애매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면 우리와 미국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로부터 핵우산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

중국은 북한의 사회주의 동맹 형제국임에도 북핵에 대해서는 분명한 태도를 취했다.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가 누구보다 많다. 그런 점에서 적극적 자세로 북한을 핵 포기와 6자회담 복귀로 끌어내야 한다. 목표는 북핵 제거다. 이를 위한 관련국 간의 협조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