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향기] 당신의 청력은 몇 살일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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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요즘 미국과 영국에서는 '틴벨(Teen bell)' 서비스가 10대 네티즌들에게 인기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틴벨 서비스는 10대들만 들을 수 있는 1만7000㎐ 이상의 고주파 음을 이용한 휴대전화 벨 소리다. 처음 이 소리를 발명하게 된 계기는 조용한 상점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젊은이들을 내쫓기 위해서다. 고주파 음을 매장 안에 흘렸더니 40~50대 손님들은 아무런 반응 없이 쇼핑을 즐기지만, 10대들은 고주파 음을 견디기 힘들어하며 매장을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10대 네티즌들이 이 기술을 휴대전화 벨 소리에 응용함으로써 사태가 역전됐다.

소리가 높다는 것은 음파의 진동수가 많다는 뜻으로, 그 단위는 헤르츠(㎐)이다. 10대만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연령에 따라 듣지 못하는 소리가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주파수 영역이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20~2만㎐까지 들을 수 있고, 200~6100㎐의 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3000㎐ 부근의 소리를 가장 잘 듣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약해져 50대는 1만2000㎐, 40대는 1만4000㎐, 30대는 1만6000㎐, 20대는 1만8000㎐ 이상을 거의 들을 수 없다.

사람의 고막에는 청신경전달계인 달팽이관이 연결돼 그 입구에서 고주파를 감지하고, 점차 안쪽으로 갈수록 저주파를 느끼게 된다. 나이가 많거나 큰 소리를 많이 듣게 되면 달팽이관 입구의 신경세포가 손상돼 고주파 음부터 듣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길거리에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옆 사람이 내용을 알아들을 정도로 볼륨을 높이고 다니는 청소년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 정도 소음이면 복구 불능인 청력 손실의 주원인이 되고, 고주파 음을 들을 수 있는 젊음의 청력을 잃게 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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