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버 신화' 부활 꿈꾸는 레인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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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올해는 더 참담해 상반기에만 445억원의 적자를 냈다. "자금난을 겪고 있다""창업자인 양덕준(사진) 사장이 회사를 팔려고 한다"는 소문이 자연스레 나왔다.

침묵하던 양 사장이 12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옆에 지난달 공동 대표이사(CEO)로 영입한 김혁균 사장(36)이 동석했다. 미국계 컨설팅 업체인 AT커니 출신인 김 사장은 "260억원 규모의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만기가 25일인데 회사는 400억원의 현금을 상환용으로 준비해 놨다"며 "자금난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3분기에 해외 재고를 대부분 정리하고 영업망을 정비했다"며 "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양 사장은 "결코 회사를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잘 나가던 회사가 어려워진 이유에 대한 나름의 분석도 털어놨다. "애플이 지난해 3차례에 걸쳐 그토록 무자비하게 가격 인하를 할 줄 예상하지 못 했다. 경쟁사가 가격을 인하해도 우리는 해외에 깔린 재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즉각 대응할 수 없었다. 급성장하다 보니 그에 걸맞은 위험 관리 체계가 없었다."

양 사장은 또 "애플 아이팟에 신경을 쓰다 보니 아이리버 고유의 장점을 살린 제품을 내놓기보다 아이팟 짝퉁을 만들고 말았다"며 "이제부터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탈피해 '아이리버다운 것'으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뛰어난 디자인을 갖춘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아이리버 제품은 컨버전스(제품 융합)와 네트워크화에 대응하게 된다"고 말했다. 레인콤은 이를 위해 차량용 내비게이션과 게임기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내비게이션과 게임기도 이제까지 소비자들에게 심어 온 아이리버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제품을 내겠다는 게 양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잘 하지도 못하는 경영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다"며 " 김 사장에게 재무와 일상 업무를 맡긴 만큼 제품개발에 주력해 경쟁사보다 두 걸음 앞선 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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