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후배가 꾸민 사기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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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부산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임모(48)씨는 올 4월 초 동남아 골프여행에 나섰다. 평소 골프를 가르쳐 주며 따르던 천모(39)씨 등 4명이 1인당 1000달러씩 내 베트남.캄보디아에서 일주일간 골프 관광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

일행은 이틀간 베트남에서 골프를 친 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으로 건너가 초저녁 숙소 앞 야외광장에서 맥주를 마셨다. 마침 천씨가 현지 관광가이드를 통해 캄보디아 20대 여성 4명을 데려와 밤이 이슥토록 어울리면서 분위기가 고조됐다. 자정 무렵 천씨는 "이곳은 사회주의 국가여서 절대 화대를 주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준 뒤 임씨가 여성 1명과 동행하도록 주선했다. 임씨는 이 여성과 하룻밤을 즐겼다.

그러나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경찰이 호텔방을 급습해 "강간당한 여성의 신고를 받았다"며 임씨를 유치장 같은 곳에 감금했다. 소식을 들은 천씨 일당은 곧바로 임씨를 찾아와 "미화 20만 달러를 주면 해결된다"고 말했고, 관광가이드는 "강간죄로 체포되면 3~5년 징역을 살게 된다"며 겁을 줬다.

임씨가 해결해줄 것을 애걸하자 몇 시간 뒤 천씨 일당은 "한국에서 환치기로 20만 달러를 송금받아 경찰에 줬다"며 임씨를 빼내줬다. 임씨는 귀국해 일주일이 지난 뒤 천씨가 소개해준 경남 양산시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2억원을 대출받아 넘겨줬다.

그 뒤 임씨는 자신의 골프백에 넣어둔 100만원권 수표 1장 등 240만원이 사라졌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뜻밖에도 천씨 일당이 부산 해운대구에서 수표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여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프놈펜에서의 사건도 조작한 것임이 밝혀졌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10일 천씨 등 3명을 폭력.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달아난 김모(39)씨를 지명수배했다.

부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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