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북 핵실험해도 열린우리당 정신 못 차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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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 핵실험 사태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태도에 문제가 많다. 신중하지 못하고 일관성도 없으며 국제정세와 동떨어져 있다. 특히 이런 잘못된 대응을 김근태 의장이 이끌고 있다.

핵실험 직후만 해도 당은 그렇지 않았다. 김 의장은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의 모든 책임"으로 규정했으며 국제사회와의 공동대처를 강조했다. 엄격한 대북 제재와 포용정책의 대폭 수정 등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고 있다. 대통령이 포용정책의 재검토를 얘기하고 총리는 핵을 막는 데 포용정책이 실패했다고 자인했는데도 당 지도부와 상당수 의원은 포용정책과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의 고수를 주장했다. 의원 15명은 이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했다. 본회의와 상임위에서 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제재를 반대했다. 대통령의 보좌진 출신인 어느 의원은 "핵실험은 남측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는 북측 인사의 발언을 친절히 소개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정부의 대북 조치에 제동을 걸면서 당정 이견까지 조성하고 나섰다. 미국 등 6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정부가 참여할 것을 신중히 검토하는 있는데 그는 불참을 주장한 것이다.

국정을 주도하는 집권여당은 국가위기 상황에서는 더욱더 대들보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포용정책이 실패했으니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는 중요한 작업을 선도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오히려 사태의 안이한 분석과 엉뚱한 해결책으로 한국 사회의 대열을 흐트러뜨리고 있다. 국가안보라는 초당적 시각이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세력을 포함한 '대북 포용 유권자층'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있는 건 아닌가. 언제까지 북한을 거들며 국제사회와 역행하겠다는 건가. 그래놓고 한국이 국제사회 일원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가. 이런 여당이니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여당다운 책임감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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