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가수 후덕건 인생 유전/83년 본토망명뒤 북경서 칙사대접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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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천안문투사」로 대만 돌아왔지만 밀입국혐의 수사
천안문사태 당시 시위에 참가,노래를 통해 북경당국에 저항해 「자유의 투사」로 소개되어온 대만출신의 팝송가수 허우더젠(후덕건ㆍ33)이 상당기간 실종된뒤 21일 돌연 대만으로 귀환해 화제가 되고 있다.
후씨는 지난 83년 중국으로 망명했었다.
그는 지금까지 북경당국의 특별한 정치적 배려로 가수이상의 정치활동도 하면서 일찍이 대만에서도 누리지 못했던 「자본주의적」생활을 만끽해왔다.
예컨대 외부 스폰서를 통해 수입을 올리면서 4만달러짜리 벤츠승용차에 호화아파트와 호사스런 생활을 해와 사회주의국가인 중국에서 일반인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별세계를 살아왔다.
그러나 그는 친구들과 같이 89년 천안문시위에 참가한 후 자유 의 소중함에 대해 눈을 뜨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그후 정부행사의 한 축하연에서 자유를 내용으로 하는 노래를 부름으로써 주최측을 당혹케 했으며 이 때문에 서방언론들에 「투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또 다른 자리에서는 『천안문사태 당시 희생자는 없었다』고 서방기자들에게 말하기도해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대만에 노모와 이혼한 아내ㆍ자식,그리고 많은 빚을 남겨둔채 중국으로 망명했던 후는 북경에서 여자가수와 새로운 가정을 꾸몄으나 다시 이혼하기도 했다.
후는 6ㆍ4 천안문사태 1주년 직전 서방기자들과 회견을 약속해 놓고 실종됐는데 이번에 대만에 모습을 나타낸 것.
그의 실종배경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바로는 북경당국에 의한 「추방」으로 기울고 있다. 『감옥이냐,아니면 대만행이냐』는 북경당국의 최후통첩에 후는 대만행을 택했으며 중국공안당국이 주선한 어선으로 대만에 도착했는데 이번에는 「밀입국」혐의로 조사를 받게되어 대만의 감옥에 갈지도 모르는 처지가 됐다.【홍콩=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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