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새보다 철새가 돼라…김승연 한화 회장 '변화·혁신' 강하게 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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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본능을 배우자."

"내일의 오아시스를 선점하기 위해 오늘 당장 사하라 사막에 뛰어드는 헝그리 정신을 갖자."

김승연(사진) 한화그룹 회장이 9일 그룹 창립 54주년 기념사에서 임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의 자세를 강도높게 주문했다. 기념사 치곤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을 써 가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다. 그는 1997년 외환 위기 전후의 상황을 회고하면서 "(혹독한 대가를 치른 경험이 있는데도) 지금의 한화그룹은 무한경쟁 속에서 길잃고 헤매는 건 아닌지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회사는 정리하겠다고까지 했지만 임직원들은 개인의 안위와 자리 지키기에 연연한 건 아니었는지 냉철하게 되돌아보자"고 했다.

김 회장은 위기 타개책으로 ▶인재확보와 양성 ▶글로벌 경영과 각사 간 시너지 창출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 발굴 등을 꼽았다. 특히 "능력있는 사람에게 사장보다 더 좋은 대우를 해줘도 좋다"며 인재 확보를 강조했다. 한화 관계자는 "조만간 예정된 새 CI(기업이미지 통합) 발표를 앞두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최근 한화의 무게 중심이 화약.석유화학에서 금융.레저.유통 쪽으로 이동하는 것과 맞물려 연말 대규모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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