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 '속도의 유혹' 곧은 길서 사고 더 많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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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추석 연휴를 맞아 긴 시간 운전을 한 독자들이 많을 겁니다. 그렇다면 구불구불한 도로와 곧은 도로 중 어디에서 더 사고가 많이 날까요. 답은 곧은 도로입니다.

쭉 뻗은 직선 도로에 올라서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으신 적이 있을 겁니다. 차도 별로 많지 않다면 자연스레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발에 힘이 들어가게 됩니다. 악마의 유혹. 사고의 위험성이 순간적으로 높아지는 순간입니다.

이처럼 곧게 뻗은 직선도로에서 속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바람에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전체 교통사고 10건 중 9건이나 된다고 합니다. 건설교통부와 경찰청이 지난해 발생한 교통사고 21만4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전체 교통사고 중 직선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19만여 건으로 88.9%나 됐습니다. 반면 커브길 등 곡선도로에서 일어난 사고는 1만8000여 건으로 8.6%에 불과했습니다. 커브 길에서 사고가 많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다른 결과입니다.

부상자도 직선도로가 30만 명으로 전체 34만여 명의 88.5%에 이릅니다. 사망자의 경우 직선도로가 전체 사망자(6300여 명) 중 77%인 4800여 명이었습니다. 곡선도로는 1300여 명이었습니다. 직선도로 중에서도 오르막이나 내리막보다는 평지에서의 사고 발생률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만만하게 보다가 큰코다치는 것입니다.

건교부 교통안전팀 관계자는 "직선도로 중에서도 평지는 시야가 넓게 확보돼 운전자들이 사고 위험을 낮게 생각하고 과속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어 변속이 필요 없는 자동변속기 차량이 대부분이어서 발만 대고 있으면 속도가 올라가는 데다 차량 성능도 과거보다 크게 향상된 것 역시 직선도로 과속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해석입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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