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정보] "과거는 흘러갔다, 지금 나를 광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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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남자 나이 50. 만감이 교차하게 마련이다. 젊음을 다 바쳤건만 좋은 자리는 젊은 사람들 몫이기 일쑤. 자신의 과거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그러다 빠르면 55세, 늦어도 58세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

최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직장인을 위한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우선 50세 이상 직장인의 75% 정도가 65세 이후까지 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희망은 50대 초반보다 중반의 사람들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은퇴 연령대 사람들은 일반적 인식처럼 일처리가 더디고 비효율적일까? 노인 및 고용문제 전문가 헬렌 데니스 같은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학습의욕을 가진 사람에게 이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고용주들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는 듯하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이 무관심하다면 노동자 자신이 먼저 나서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고 전제하고 다음과 같은 비법을 소개했다.

▶자신이 먼저 나서라 대개 직장 고용주들은 50대 직원들이 은퇴만 생각하는 것으로 여긴다. 따라서 노동자가 스스로 자신은 적어도 앞으로 8~10년 동안 회사를 떠날 계획이 없음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로 재무장한 다음 관리자 면담을 통해 자신이 아직 ‘꿈’을 잃지 않았음을 적극적으로 보여야 한다.

▶자신을 광고하라 많은 고령 노동자는 흔히 이런 착각에 빠진다. 자신이 회사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관리자들이 잘 알고 있다고…. 그러나 이는 그릇된 믿음이다. 성과를 내거나 중요한 문제를 해결했을 때 그것을 직접 말하거나 e-메일을 보내는 등 ‘씨앗 뿌리기’가 긴요하다. 그것도 여러 번 반복해야 연봉 인상 또는 승진 등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가치를 높여라 지금 맡은 일 처리 능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좋다. 아니면 회사에서 나이 든 직원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가치 제고의 한 방법이다. 신입사원이나 젊은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 컨설팅을 하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협상 능력을 키워라 단순히 자신이 ‘능력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먹히지 않는다. 대신 “내가 매출 11% 신장에 기여했고 그로 인해 순이익이 10% 향상됐다”는 식으로 구체적 기여를 각인시켜야 한다. 다음번 연봉 협상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6개월 전부터 다른 회사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꾸준히 점검하며 연봉 협상에서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 강구해 둬야 한다.

▶연대하라 회사 안에서 어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혼자 끙끙 앓지 말라. 대신 동년배들과 상의해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자신의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젊은이들에게 일에 대해 묻거나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 등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직무의 중심에서 자신의 입지를 유지하는 관건이 된다.

시카고 소재 컨설팅업체인 RHR 인터내셔널의 심리학 전문가 게일 골든은 “자신이 22세인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자신이 먼저 젊은이들에게 존경을 표하지 않는다면 그들로부터 존경심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충고했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기업이 이윤을 위한 효율성 추구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면 이 모든 노력도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미국은 그렇다지만 사회안전망이 허술한 우리의 경우 50대 직장인의 마음은 더 허전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정일환_월간중앙 기자 (wh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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