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Ⅱ 인체에 나쁜 영향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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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SK-Ⅱ 화장품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됐으나 소량이어서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고 2일 밝혔다. SK-Ⅱ 화장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던 현대백화점 등은 이날부터 판매를 재개했다. 식의약청은 국내에서 판매 중인 8개 SK-Ⅱ 제품 중 7개에서 0.2~3.2ppm(㎎/㎏)의 크롬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또 8개 중 2개 제품에선 네오디뮴이 0.22~1.18ppm 검출됐다.

문병우 식의약청 의약품본부장은 "신뢰할 만한 학술논문 등을 검토한 결과 최악의 가정을 한다 해도 이번에 검출된 양은 피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크롬 등은 피부염이나 위궤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이 물질들은 식물.광물 등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며 공기 중에도 있을 수 있다. 또 화장품 사용으로 인한 위험 사례가 나타난 적은 없어 국제적으로 화장품에 대한 함유량 기준치는 정해져 있지 않다. 학계 연구를 기준으로 볼 때 이번에 검출된 크롬 양은 피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양의 2~30% 수준이다. 네오디뮴은 1.1~1.3% 수준으로 분석됐다.

?기초자료 축적 시급=이번 조사에서 검출된 크롬 등은 워낙 소량이어서 위험 여부를 따지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나 검출량이 많았다면 소비자들은 수개월간 식의약청 발표를 기다리며 혼란을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 위험평가를 하려면 소비자들의 화장품 사용 빈도나 흡수율 등 기초적인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는 이런 기초연구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식품도 마찬가지다. 같은 물질을 똑같이 먹어도 국가별 생활 습관, 섭취 형태, 환경 오염도 등에 따라 위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미국은 주요 식품의 80%까지 이런 조사가 돼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체계적인 조사가 거의 없다. 복지부가 3년마다 하는 '국민 건강 영양 조사'가 유일한 대규모 조사지만 영양도 위주여서 위험 평가용으로 쓰는 데 한계가 있다. 과자에 대한 위해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식의약청이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이서래 박사는 "필요할 때마다 급하게 조사를 하고, 이마저 외국 자료에 의존한다"며 "첨단 타령만 하지 말고 기초적인 연구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상도 중앙대 교수는 "티 안 나는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투자에 인색하다"며 "평상시에 기초조사를 해 둬야 문제가 터졌을 때 국민의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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