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소「몰타약속」공약위험/부시ㆍ고르바초프 워싱턴회동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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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리투아니아 문제로 관계 경화/베이커­셰바르드나제 사전이견 조정도 별무성과/자칫하면 날씨얘기만… 군축문제도 전망 어두워
자칫하면 2주후의 미소정상회담이 알맹이 없는 의전행사가 되고 말것 같다.
부시 미국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은 작년 12월초 몰타회담에서 동서냉전의 종식을 선언하고 올해 워싱턴에서 다시 만날때는 군축 및 무역협정 등의 체결로 이 선언을 실증키로 합의했었다.
○합의사항 교착상태
그러나 이 몰타정신은 요즘 먼 옛날얘기처럼 퇴색해버린 느낌이다. 거의 합의에 도달했던 현안들이 다시 교착상태로 굴러떨어져 버렸다. 오는 30일부터 6월3일까지 열릴 워싱턴정상회담을 앞두고 제임스 베이커 미국무장관과 셰바르드나제 소련외무장관이 16일부터 모스크바에서 만나 3일간 이견조정을 벌였지만 별로 성과가 없었다.
정상회담의 전망과 외무장관회담의 분위기를 꼬이게 하고있는 요소는 우선 군축문제다. 지난 2월 베이커의 모스크바 방문때만해도 양측은 화학무기와 전략무기감축에 관해 큰 진전을 이루었다. 4월 셰바르드나제의 워싱턴방문때부터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소련이 종전의 양측합의,이해사항을 철회한 것이다.
전략무기감축협정(SALT)과 관련,미우세부문인 수중발사 미사일 및 공중발사 미사일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태도를 바꾼 소련은 유럽 재래식군사력협상에도 완강한 입장을 취했다.
미국은 소련의 이같은 태도 돌변이 모스크바 지도부 분열과 군부의 압력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소련 태도경화는 모스크바의 강경 노선,특히 군부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소강경파는 독일통일과 바르샤뱌조약기구 와해이후에 대한 우려때문에 특히 유럽 재래식군사력감축에 회의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부시와 고르바초프 모두에게 국내외적으로 민감한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번 정상회담을 결정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장애물은 리투아니아등 발트해 3개국 독립문제들이다.
○군개입이 악화불러
미고위관리는 이 문제가 시한폭탄과 같다고 말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지가 전했다. 미소가 원만한 의견조정을 이루지못하면 정상회담은 물론 전체 양국관계까지도 저해시킬 수 있는 위험을 발트해국가 독립문제가 내포하고 있다며 미측은 소련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베이커가 소측으로부터 받아 내려는 것은 리투아니아등에 대한 소련의 대화자세다. 고르바초프는 리투아니아의 독립선언과 관련하여 에너지공급을 차단하고 병력을 투입,군사적위협을 가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워싱턴의 인식을 크게 악화시켜 왔다.
87년 12월 처음 워싱턴을 방문한 고르바초프에 대해 열광했던 미국은 지금 그에게 분위기가 냉랭하다. 몰타회담때만 해도 미국은 소련이 유대인등의 자유로운 해외이주를 허용하는 이민법제정에 성의를 보이기만 하면 대소무역제재를 해제,소련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관세적용 등으로 교역을 확대시켜 주겠다고 보장한 바 있다.
○무역제재 연기결의
물론 부시는 너무 심하게 모스크바를 몰아붙이다가는 정상회담이 제대로 되지 않을지도 모르고 그 보다도 더 기본적인 문제는 고르바초프의 위치가 약화돼 소련 민주화추세에 역행하는 사태가 오지않을까 염려하여 그에게 부드럽게 대해왔다. 부시의 이같은 조심스런 자세는 미국민 다수와 정치인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온 셈이다.
소련도 이민법을 마련,이달말 비준절차를 마칠 예정이어서 미국의 무역통제해제의 조건을 완료한 단계다. 그러나 최근 리투아니아등에 대한 소련의 강압자세와 특히 이달말이면 소의 제한조치에 의해 리투아니아의 에너지가 완전 바닥나게 될 전망임에 따라 미국의 대소시각이 악화돼왔다. 미상원은 모스크바가 발트해국가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한 대소 무역통제해제는 연기되어야 한다는 결의안을 최근 만장일치로 의결한 형편이다.
고르바초프는 군부등 강경파의 압력,경제악화,발트해국가의 독립문제 등 각종 제약요건 때문에 그 동안의 대미양보를 회수,군축문제에 관한 불가능조건을 제시하고 나옴으로써 2월까지만 해도 전망이 밝던 합의들이 좌초상태에 빠진 것이다.
일부 성급한 미언론은 이번 정상회담은 『경제ㆍ정치 아니면 날씨얘기나 하게될 것』이라고 회의적인가 하면 정부관리들도 몰타선언과는 대조적으로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내리는 노력마저 엿보이고 있다.【워싱턴=한남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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