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장애자도 고객"기업체서 권익보호에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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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소비자로서의 신체장애자들의 의사와 권리를 반영하고 보호하려는 기업체들과 소비자단체의 노력이 꾸준히 전개되고 있다.
금성사의 경우 3년전 시계를 못 보는 맹인들을 의해「말하는 시계」를 개발, 판매한데 이어 지난 10일부터 맹인들의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각 기능 표시를 점자로 한 라디오겸용 카셋테이프레코더(모델TSF-505B) 1천개를 시중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금성사측은『최근 전자제품의 기능이 매우 다양해진 만큼 작동이 손쉽지 않아 맹인들에게 필수품인 라디오 경용 레코더에 점자표시를 하게 했다』고 제품 생산경위를 설명했다.
이 제품의 음량조절강치·튜닝·FM·AM등 10여가지 기능에는 일반 영자표시와 함께 점자가 볼록볼록 새겨져 맹인들이 손쉽게 다기능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금성사는 또 맹인들이 계산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말하는 계산기」생산도 고려중이다.
태평양 화학의 경우 이미 시각장애자들을 위해 기초미용·피부손질법·두발미용 등의 화장법을 안내해 주는 『점자 뷰티가이드』(12페이지)를 제작, 맹인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또 똑같은 모양의 세트로 나와 화장품 종류의 구별이 쉽지 않은 학장품 용기에는 점자 라벨을 붙여 맹인고객들이 제품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태평양 화학측은 맹인 소비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 해의 유행색상, 피부가꾸는 법, 기타 관련정보를 알려주는 카셋테이프 개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어엿한 소비자이면서도소비자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기 힘든 장애자소비자들을 위해 한국소비자연맹은 소비자단체 이용안내문 2만여장을 점자로 만들어 맹인단체나 집단거주지·맹인학교·장애자복지관 등에 배포하고 있다. 또 이미 지난 80년대초부터 맹인·농아·소아마비 등 지체부자유자를 위한 이동고발센터를 설치, 지난 10년 동안 이들이 거주 또는 모여있는 장소로 1백여회 출장을 나가 직접 고발을 받고 처리를 대행해 왔다.
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수화를 습득한 모니터요원 7∼8명을 고발현장에 파견하고 있다.
연맹의 정광모회장은『고발접수과정에서 맹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가전제품회사 등 일반기업체에 장애자를 위한 제품개선에 신경을 써줄 것을 건의했고 결국 금성사·태평양화학 등이 이를 받아들여 장애자 소비자의 권익개선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맹인주부 이선희씨(42·서울 노원구 도봉동) 는 『물건에 하자가 있어 교환하러 갈 때면「장님이 와서 강사에 지장이 있다」며 문전박대하는 상인들을 대하곤 하는데 기업체와 소비자단체가 솔선해 신경을 써주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숙대 문정숙교수 (소비자경제학) 는 『미국의 경우 이미 10년 전부터 맹인들을 위한 라디오방송을 통한 소비자교육, 점자광고 등이 도입됐으며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장애자를 위한 시설을 사회전반에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특정업체나 소비자단체만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이들의 당연한 권리보호에 신경을 쓸때가 왔다』고 말했다.

<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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