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논술방] 참된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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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글: 이승연 (서울 쌍문초 5)

<가>'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일까' 를 주제로 미국에선 ①대회를 연 적이 있었다. ②결과의 1등은 '모든 사람이 날 떠났을 때 내 옆에 남아주는 사람' 이었다. 과연 우리 주변에는 그런 친구가 있을까? ③나는 한번 생각해 보았다. ④한비와 이사, 손빈과 방연을 생각해 보자면 예전에는 친구였다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친구를 가차 없이 배신했다.

<나> 한비는 사형을 당했고 손빈은 다리가 잘렸다. 그러나 관중과 포숙아의 경우는 달랐다. 관중의 우정은 친구를 위하지 않는 우정이었지만 포숙아는 친구를 나보다 먼저 위하는 성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포숙아는 관중이 야비한(?)짓을 하든지 자신을 배신하든 간에 관중을 용서하고 오히려 더 높여주었다. ⑤포숙아가 어떻게 했으면 관중이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아다" 라는 말을 했겠는가?

<다> 이 세상에는 좋은 친구도 있고 나쁜 친구도 있다. 누구든 좋은 친구가 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난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너무 자신을 위한 것만 하기 때문이다. 우선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백아와 종자기처럼 잊을 수 없는 친구로 남게 될 것이다.

도입부 좋지만

실감나는 풀이 아쉬워

총평·첨삭

우정을 논한다는 것. 계몽적, 도덕적, 상투적, 고리타분한 결론이 예정된 논제일지 모른다. 관포지교, 백아절현,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망년지우 등. 이런 예처럼 지음(知音)관계, 신뢰, 어려울 때 함께하는 마음 등의 '우정론'을 펼치기는 아주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린 그게 얼마나 힘든지 살면서 안다. 고로 '뻔한(?)'우정론을 누가 더 창의적이면서 실감나게 쓰는가가 관건인 논제다.

승연이의 글은 미국의 '우정'대회란 예로 쓸거리가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던진 도입부(서론)가 좋다. 그런데 미국의 일등짜리 친구 정의를 동양식 잠언(공자 말)으로 세련되게 풀이해줬으면 어땠을까. "역시 추운 겨울이 온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 수 있듯이 참된 우정도 어려울 때 확인되는 법이다."

'말하기 아니면 글쓰기', 즉 무슨 대회(①)인지 구체적으로 써주는 게 낫다. 조사 '의'는 일본어 조사 '노(の)'에 해당된다. 일본어에는 아주 많이 쓰이지만 우리글말에선 혹 쓰더라도 아주 아껴 써야 한다. ②에선 '결과의'를 없애야 한다. 논술에선 글쓰기 중계방송을 하면 안 된다. ③은 군말일 뿐이다. 글의 유기적 흐름상 ④는 본론 <나>에 배치해야 한다. ⑤는 "관중은 포숙아가 자신을 정말로 믿어 주어서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아다'라고 말했던 것이다"라고 써야 명징하다.

노만수 서울디지털대 문예창작학부 초빙교수 학림논술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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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사항: 문화교류에 대한 역사적 사례를 논거의 예시로 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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