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만 미주 한인 중 2·3세가 절반 이들에게 민족의 정체성 알려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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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재필, 안창호, 이승만 선생 같은 분들이 일제시대에 미국에 기반을 두고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뒤의 수많은 미주 한인들이 독립운동에 바쳤던 희생과 노력은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주한인의 독립운동역사를 담은 책 '나라 밖에서 나라 찾았네'(박영사)를 최근 발간한 윤병욱(66.사진)미주한인재단 총회장. 로스엔젤레스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는 그는 사업과 재단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지난 2년간 국내외의 자료를 샅샅히 뒤져 이 책을 써냈다. 저술을 구상한 것은 2003년 미주한인 100주년 기념사업을 맡은 미주한인재단의 전국명예회장에 선임되면서.

윤회장은 "215만 미주 한인 가운데 2, 3세가 어느덧 절반을 넘는다"며 "이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고 자부심과 정체성을 갖게 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주한인의 경제력과 능력이 높이 평가받고 있기는 하나 어엿한 주류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려면 먼저 민족 정체성부터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책을 쓰게 된 것도 무엇보다 2, 3세들에게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의 모습을 올바로 알려주자는 취지에서다. 이 책은 그래서 특정 인물이나 사건 중심이 아니라 한인사회 전체의 움직임과 흐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주한인재단은 얼마전 큰 성과 하나를 거뒀다.재단의 오랜 노력 끝에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상하원이 매년 1월13일을 '미주 한인의 날'(Korean American Day)로 정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 윤 회장은 "주류사회가 미주한인의 위상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12월8일에는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이 날의 제정을 축하하는 리셉션을 열게 된다.

윤회장은 고려대 재학 시절 한일회담 반대시위에 앞장서다 6.3사태 때 지명수배를 받았고 1965년 경향신문 특파원으로 미국을 건너간 이후 현지에 정착했다. 남가주 한인 상공회의소 회장(76~78), 한미동포재단 이사장(2002~2004)등을 역임했다.

그는 미주 전역 한인사회에 '미주 한인의 날' 행사가 확산되도록 발로 뛰고 있다. 윤회장은 "2, 3세들이 주도적으로 참가해 우리 민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꾸미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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