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 선두!… 경기위원 겸 선수 김광태 제피로스 오픈 첫날 5언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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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위원(심판)의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닙니까."

"경기위원의 응원은 받았겠죠."

경기위원 겸 선수인 김광태(42.사진)가 14일 제주 제피로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KPGA 투어 토마토저축은행 제피로스 오픈 첫날 선두에 올랐다. 김광태는 KPGA 투어 시드전에서 성적이 부진해 올해 대회 참가가 어렵다고 보고 경기위원을 맡았다. 프로에서 이렇다 할 성적이 없어 광주에서 레슨을 하고 있는 그로서는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대거 불참하는 바람에 40번째 대기자 명단에 있던 그에게까지 출전 기회가 왔고 첫날 5언더파를 쳐 선두에 나섰다. 버디 6개에 보기는 1개. 특히 벙커에 깊이 파묻힌 공을 핀 20㎝에 붙인 파3 8번 홀의 두 번째 샷이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경기위원을 하면서 김광태는 실력이 늘었다고 한다. "심판으로 챔피언조를 따라다니며 선수들의 스윙과 기술을 유심히 본 것이 기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또 "KPGA 경기위원장에게서 원포인트 레슨을 받고 연습했더니 샷의 정확성과 거리가 늘었다"고도 했다.

오랫동안 무명생활을 한 그는 겸손하다. "실수로 선두에 오른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나이 33세에 골프를 시작해 35세에 프로가 된 뚝심의 그에게 인생 최고의 기회가 왔다.

바둑기사였던 고 김수영씨의 아들이자 탤런트 이경심의 남편인 김창민(34)이 정재훈(동아회원권)과 함께 3언더파 공동 2위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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