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식 영어발음 미리 익혔죠”/모스크바 첫 착륙 정대관 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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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선명한 태극마크를 달고 소련상공을 마음대로 날수 있게 됐다니 …. 소련상공에서의 KAL기 격추,무르만스크 강제착륙사건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27일 오후8시40분 김포공항을 떠나 5시간30여분만인 28일 오전2시15분 모스크바공항에 착륙,서울∼모스크바 항공시대를 연 첫 모스크바행 보잉747 KE903편 정대관기장(59)은 도저히 실감나지 않는다는듯 무척 상기된 표정이다.
정기장은 71년 공군중령으로 예편,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20년간 민간항공 조종사로 1만9천5백시간의 비행기록을 가진 베테랑 파일럿.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민간외교사절의 첨병으로 공산국 소련에 첫발을 내딛게 돼 엄숙한 사명감마저 느낍니다.
앵커리지 화산 폭발로 시베리아 루트를 비행해 본 경험은 있지만 첫 취항인만큼 소련관제사의 특이한 영어발음 습득과 항로점거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읍니다』
정기장은 『소련인 관제사들의 「R」자 발음이 미묘해 관제에 필요한 모든 용어중 「R」자를 사용하는 단어를 모조리 점검하고 익혔다』고 했다.
이 항로는 대한항공과 소련국영 아에로플로트항공사가 지난달 모스크바 항공회담에서 극적으로 합의,열리게된 것.
『당분간 4백10석 규모의 점보기 좌석이 꽉 차리라는 기대는 않지만 한소관계 진전속도에 따라 멀지않아 승객을 가득 태우고 비행할 것으로 봅니다.』
부인 김옥복(56)와 1남3녀를 두고있는 정기장은 『한국 항공사의 첫장을 여는 사명감때문에 모스크바공항에 기술착륙하는 순간은 극도의 긴장감속에 황홀함까지 느꼈다』며 『현재로선 앞으로의 취항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같다』고 밝혔다.
한시간여의 모스크바공항 착륙후 유럽으로 향한 정기장은 훨씬 짧아진 비행시간으로 피로감도 덜해 긴밀해진 한소관계가 정말 실감난다고 말했다.
한편 모스크바∼서울행 소련여객기 아에로플로트는 30일 오전10시35분 상해를 거쳐 김포에 도착할 예정이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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