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폐허 된 레바논… 유머로 시름 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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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7월 중순부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벌인 한 달 남짓한 전쟁으로 큰 피해를 본 레바논인이 전쟁을 소재로 한 유머로 상처를 달래고 있다고 아랍 인터넷 신문 '미들이스트온라인'이 31일 보도했다. 현실의 어려움을 풍자 농담으로 웃고 넘기는 것은 아랍권의 전통이기도 하다. 신문 만평, 인터넷, 방송 오락 프로그램, 거리 카페에 등장한 전쟁 유머를 정리했다.

-"집중 폭격을 당한 베이루트 남부 집값이 크게 올랐다며?" "당연하지. 고층건물이 다 무너져 전망이 좋아졌잖아. 바다가 훤히 보인다더라."

-헤즈볼라 대원들이 베이루트 남부에서 손으로 'V'자를 그리며 뛰어나왔다. "승리의 V자인가"라고 사람들이 묻자 그들은 "폭격으로 건물이 거의 다 무너져 이제 두 채만 남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되자 한 신사가 헐레벌떡 치과로 달려왔다. "제 이에 해놓은 '브리지(bridge)' 빨리 빼주세요." 치과의사가 이유를 묻자 그는 "이스라엘 전투기가 저를 폭격하면 어떡해요"라고 대답했다(이스라엘의 주요 공습 목표의 하나가 '교량(bridge)'이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까불면 100만 예비군을 투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그럼 전쟁을 그만하자. 100만 포로를 어떻게 먹이고 재우겠나"라고 응수했다.

-이스라엘인이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했다. 출입국 관리 직원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직업(occupation)?" 그러자 이스라엘인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일시 방문"이라고 답했다<이스라엘인은 '점령(occupation)'하러 왔느냐는 질문을 받은 것으로 착각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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