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만한 하락 기대하며 "强달러" 큰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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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하며, 미국은 강한 달러 정책을 지지한다."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은 15일에도 공식적인 발언을 되풀이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아시아 국가는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하고 과대평가된 달러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등을 감안해 더 하락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

스노 장관의 발언과 정반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시장의 해석과 전혀 다른 발언을 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달러의 경착륙(달러가치의 급락)으로 인한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혼란을 막으면서 달러의 '순조로운' 하락세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을 앞두고 일본 등 아시아 국가가 노골적인 시장개입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엔화가 달러당 1백10엔선마저 무너지는 등 달러 약세가 가속되다가 최근 며칠간 예상 밖의 달러 강세가 계속됐다.

하지만 달러의 이 같은 반짝 강세는 지난달 선진7개국(G7) 회담 이후 엔화 강세-달러 약세에 대한 일방적인 기대가 다소 지나쳤다는 시장의 평가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달러 강세로 추세가 바뀌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달러 약세가 대세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달러의 움직임은 중국 위안화의 향방이나 중국 정부의 수출정책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시아 통화당국들이 위안화의 저평가를 구실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드 버그스텐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도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전제로 원화 등 아시아 통화가 오르는 환율조정 패키지를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21~22일 태국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환율 담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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