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싱 죽었다 … 그러나 살아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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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전 프로복싱 WBA 수퍼페더급 세계 챔피언 최용수(34.사진)가 K-1 진출을 선언했을 때 복싱계에서는 "복싱은 죽었다"고 한탄했다. 최용수는 세계 타이틀 6차 방어까지 치러내 국내 복싱에서 다섯 번째로 롱런한 선수다. 22일 압구정동 체육관에서 만난 최용수(34)도 "복싱이 죽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시 살아날 희망도 있다"고 했다.

-K-1에서 3년간 10억원을 받는다는데 복싱할 때보다 많은 돈인가.

"비슷하다. WBA 챔피언으로 있던 2년6개월여 동안 7억~8억원을 벌었다."

-복싱과 K-1이 경쟁관계인가 보완관계인가.

"보완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기본적으론 경쟁관계다."

-K-1에서 펀치와 킥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아무래도 킥이 더 중요하다."

-그럼 복서는 불리한데, 왜 남의 링에 가서 싸우나.

"그냥 제의가 들어왔기 때문에…. 한번 해보고도 싶었다."

-복싱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프로격투기의 꽃이다. 세계 챔피언의 전향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전향은 아니다. 현역이 아니고 은퇴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원해서 은퇴한 것이 아니지 않나.

"맞다. 챔피언 벨트 뺏기고 나니까 대회를 잡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은퇴했다."

-50대까지 뛴 조지 포먼도 있고 40대 복서도 흔하다. 지금 K-1을 할 수 있다면 다시 복싱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 복싱은 죽었다. 인기도 없고 경기 개최도 안 되고 방송 중계도 되지 않고, 먹고 살기 어렵다."

-오랫동안 복싱 경기가 재미 없었다. 약한 상대를 홈으로 데려와서 시간만 끌다 판정으로 이기는 경기가 많았다.

"프로모터들이 돈을 벌기 위해 그렇게 만든 경향이 있었다. 나는 오히려 외국 나가서 경기하는 게 더 편했는데 프로모터들은 직접 대회 주최를 해야 돈을 벌기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

-한국 복싱은 잠깐 다운된 것인가, 완전히 KO된 것인가.

"일본 복싱의 인기는 우리보다 더 밑바닥까지 갔었다. 그러나 지금 인기가 살아나고 있다. 우리도 인기가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

-K-1의 매력은 뭔가.

"맞는 것이다."

-진담인가.

"일반인들은 모른다. 복싱의 매력도 맞는 것이다."

글=성호준,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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