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적이 오늘은 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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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헤라클레스'김태현(34)은 올해도 어김없이 정상에 서 있었다. 이번 체전을 포함, 남자역도 무제한급에서 11년 연속 3관왕이다. 그러나 김태현의 유니폼은 자주 바뀌었다. 올해는 광주광역시 체육회 소속으로 광주대표다. 지난해에는 전남대표였고, 2000년 체전 때는 인천대표였다. 김태현에겐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적'이다.

왜 그럴까. 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자 하는 각 시.도 대표팀의 스카우트전 때문이다. 각 시.도의 체전 성적은 해당 공무원들의 승진에도, 시.도 체육회의 예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김태현의 경우 1990년대 후반 소속팀 해태가 경제난으로 해체되자 2000년 체전을 유치했던 인천이 확실한 금메달 후보인 김태현을 웃돈을 주고 영입했다. 그러자 2001년 전남에서 보성 출신인 김태현에게 고향에서 뛰라고 권유, 보해양조의 후원을 받게 해줬다. 올해 광주시는 김태현이 광주에 있는 전남체고 출신이라며 계약금 1억원을 제시하고 데려왔다.

단체종목에도 이런 예가 많다. 지난해 전국체전 핸드볼 남자 일반부에서 전남에 금메달을 안겼던 코로사는 올해는 경남 대표로 뛴다. 경남에서 코로사에 1억6천여만원의 후원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실업팀 특성상 한푼의 팀 운영비가 아쉬운 마당이라 거액의 '당근작전'은 먹혀들기 쉽다.

실업팀의 경우 회사 소재지가 바뀌면서 소속 시.도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한솔 여자 테니스팀은 과거 전주에 대규모 제지공장이 있어 오랫동안 전북 대표로 뛰었으나 전주제지가 외국계 회사에 지분을 넘기면서 또 다른 공장이 있는 대전으로 소속을 바꿔 출전했다. 최근 해체된 포스틸 팀을 급히 대표팀으로 출전시켰던 전북도 관계자들은 준결승에 오른 한솔팀을 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주=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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