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EU는 2007년 경기 걱정 한창인데 … 경기전망도 못내놓는 한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일제히 내년 경기가 나빠지는 가운데 물가가 불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 둔화 조짐은 뚜렷해지고 유가 급등세는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는 내년 경제에 대해 이렇다 할 전망조차 내놓지 않으면서 콜금리 인상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어 경제 주체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달 10일 2007년 경기 전망에서 내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3.25%로 전망했다. FRB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연 3~3.5%)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처럼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내년 소비자물가는 2%대를 웃돌 것이라고 FRB는 내다봤다. 일본중앙은행(BOJ)은 최근 내년(2007년 4월~2008년 3월) 성장률이 올해 전망치(2.4%)보다 낮은 2%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내년 EU지역 성장률이 1.5~2.5%로 올해보다 낮아지지만, 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대 중앙은행의 이 같은 내년 경제예보에 따라 주요국은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급등)'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올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다소 둔화됐지만 경기 순환 주기상 2007년엔 다시 경기가 반등할 것"이란 낙관론을 고수하면서 지난주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은 하지만 내년 성장률이나 물가 상승률 등에 대한 전망치는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것이라며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또 재경부는 내년 경기 전망에 대한 의견은 밝히지 않은 채 콜금리 인상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경기 전망과 대응책을 놓고 민.관, 재경부.한은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씨티은행 오석태 경제분석팀장은 "선진국 중앙은행처럼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한국은행이 당해연도는 물론, 이듬해 경제 전망을 내놓아 경기 전망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조승형 조사통괄팀장은 "2년 이상의 장기 경기 전망을 계획 중이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김정혁 인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