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아픈데…병원 데려갈 사람이 없어요"

중앙일보

입력

"어머니, 건백이가 낮잠을 자고 일어나더니 열이 심해요."

큰아이 배가 아프다고 놀이방 선생님이 낮에도 전화하셨는데, 증세가 심해졌는지 퇴근 시간 무렵 또 전화를 하셨다.

"괜찮을 거예요. 나아지겠죠, 뭐."

선생님이 '빨리 와서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갔으면 한다'는 뜻으로 전화하셨다는 사실을 눈치챘으면서도 이렇게 무심하게 대답하고 말았다. 일을 하다 말고 달려갈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니 어쩌랴. 게다가 회사에서 놀이방까지는 1시간30분이나 걸린다. 당장 달려간다고 해도 병원 진료가 끝날 시간이라 달리 방법도 없었다.

급히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하필 남편도 지방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 하지만 상황을 듣자 1시간 내로 가보겠다고 한다.

"놀이방에 전화해서 아이들 집에 보내지 말고 데리고 있어 달라고 그래. 놀이방에서 병원이 더 가깝잖아."

남편 말대로 놀이방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잠시 후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아니야, 집으로 데려다 주라고 그래. 건백이를 안고 다녀야 하는데, 도우까지 데리고 다닐 수가 없잖아."

그 말도 맞는 듯해 놀이방에 다시 전화를 했다. 이래볼까, 저래볼까 계속 갈팡지팡. 결국 놀이방 선생님이 결론을 내 주셨다.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건백이를 병원에 데리고 다녀오는 게 좋겠어요. 지금 많이 아파하니 아버님 오시는 시간까지 기다리기도 그렇고."

사실 내심 바라던 일이었지만, 너무 죄송해서 차마 꺼내지 못하고 있던 말이었다. 친절한 선생님 덕분에 오늘일도 무사히 해결됐다. 바쁜 엄마 밑에서 자라 병원도 제대로 못 가는 우리 아이들. 그래도 콩 심은 데 콩 나고, 씩씩한 엄마 밑에 씩씩한 아이 나는 법. 이게 맞벌이 엄마인 나의 모토다.

◆ 효과 본 민간요법

①체하고, 설사할 때 매실액 -병원 가는 일이 쉽지 않으니까 해열제 등 상비약을 신경 써서 챙겨 놓는다. 나는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그중 나름의 효과를 본 요법은 체하거나 설사할 때 잘 듣는 매실액. 생수나 보리차에 희석해 물처럼 마시게 한다. 매실에 설탕을 듬뿍 넣어 직접 만드는데, 여름엔 음료로도 마실 수 있다. 만들기 어렵다면 마트에서 구입하는 것도 좋을 듯.

②감기 걸렸을 땐, 배즙 -특히 기침이 심할 때 좋다. 배는 위 꼭지 부분을 잘라내고 속을 파내는데 껍질 부분이 1.5cm 정도 남을 정도면 된다. 파낸 곳에 흑설탕을 가득 넣고 찜통에 1시간 정도 찐다. 보통은 꿀을 쓰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싫어해서 설탕으로 대체. 완성되면 배가 물컹해지면서 물이 생기는데 이 물을 떠 먹인다. 배도 먹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잘 먹지 않아 물만 식혀 먹이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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