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기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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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남진우(1960~)'기침' 전문

내 심장은

석탄기 지층 속에 묻혀 있다

조개 화석으로 굳어 있는 심장이

하루 이틀 사흘…일생을 견딘다

봄 한켠에 웅크리고 있다가도

건조한 바람이 불면 쿨룩거리는

기관지를 타고 심장은 이동한다

내 몸 속의 대륙을 둥둥 떠다닌다

큰 지진과 함께 어느 순간

가슴을 헤치고 해처럼 눈부시게 떠오를

그날을 기다리며 심장은

오늘도 지층 밑에서 고요하다



의사라는 직업의식에서겠지만 나는 잠시 당황한다. '기침'이라는 제목과 시의 중심이 되는 '심장'은 번지수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다시 읽으면서 아차, 나는 아직도 과학의 도저한 불확실성과 미련함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인가. 묻혀있는 내 심장이 기관지를 타고 몸 속을 떠다닌다. 그러나 언젠가 해처럼 떠오를 내 심장, 혹은 이 무한 자유의 느낌.

마종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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