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안쓰는 '보약 물고기' 시대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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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대신 천연 생약재에서 추출한 면약증강 물질을 먹여 양식한 '보약 생선'이 이르면 내년에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을 전망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2일 우리 국민이 가장 즐겨먹는 횟감용 생선인 넙치(일명 광어)에 생약재 추출물질을 배합한 사료를 먹여 기른 결과 육질의 탄력을 높이고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크게 향상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보약 넙치'는 육질의 탄력성(1.87%)과 생선회의 맛을 좌우하는 요소인 지방함량(1.75%)이 일반 넙치의 1.68%와 1.21%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특히 면역성 물질인 혈청리소사임(220개체/㎖)은 일반넙치(110개체/㎖)의 2배에 달했고 대식세포활성산소량(0.475)도 일반 넙치(0.434)보다 높아 질병에 대한 저항성이 그만큼 크다고 수산과학원은 설명했다.

따라서 이들 넙치는 질병예방이나 치료를 위한 항생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키울 수 있다.

또 수산과학원은 생약추출 물질을 뱀장어에게도 먹여 기른 결과 성장속도가 빠르고 지방함량(15.03%)과 혈청리소자임(260개체/㎖)과 대식세포활성산소량(0.431)이 일반 뱀장어보다 많아 질병에 대한 예방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수산과학원은 밝혔다.

수산과학원은 2001년부터 약쑥과 삼지구엽초 등 한방생약제를 대상으로 항균력이 있고 면역증강 효과가 있는 생약물질 추출에 나서 성공한데 이어 올해부터 이 물질을 양식어류에 투여하는 실험을 벌여 이같은 성공을 거뒀다.

수산과학원은 내년에 양식어민들에게 '보약 생선' 양식기술을 이전해 상업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산과학원은 향후 이 방식으로 인체에 필요한 특정 성분을 양식 물고기에 투여해 체내에 축적시켜 사람이 섭취할 경우 도움이 되는 기술도 개발할 방침이다.

수산과학원은 23일 원내 대강당에서 해양수산부와 부산해양수산청, 수협 조합장 및 양식어민 등 500며명을 대상으로 '보약 생선' 시식회를 갖는다.

이날 시식회에서는 이 외에도 수산과학원에서 개발한 해조쌀과 해조면 등 해조류를 활용한 기능성 식품과 최근 양식에 성공한 제주 특산물인 오분자기에 대한 시식회도 함께 열린다.

강무현 수산과학원장은 "한방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은 이미 시중에 나와 있으나 한방생약재로 양식한 생선이 상품화되는 것은 처음으로 어류의 질병예방 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기능성 생선을 개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수산물 고급화와 어민소득 증대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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