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늦추는 특효약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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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인 노화방지 클리닉에서 '젊음의 샘'을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

미국 노화협회 회장을 역임한 세계적인 노화 전문가 유병팔(72) 전 텍사스대 교수는 장수를 파는 클리닉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1백25세까지 걱정말고 살아라'란 책을 쓴 그의 장수 비법은 매일 새벽 30분간 5㎞를 달리고 하루에 1천8백㎉ 가량의 열량만을 섭취하는 철저한 절식(節食). 30년 넘게 실천해 왔다.

미국노화연구소가 공식 추천한 '젊게 사는 법'은 운동과 절식 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노화방지 클리닉에 가면 일시적인 효과는 분명히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값비싼 성장호르몬을 복용할 경우 근육이 붙고 힘이 나며 기분이 좋아지지만 효과는 짧으면 한두달에 그친다는 것이다. 문제는 노화 억제 호르몬.약 등을 장기간 복용했을 때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장호르몬을 장복(長服)하면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이 경우 가만 있었으면 오래 살 사람이 단명(短命)을 돈 주고 산 것과 다름 없다. "

그는 20여년 전 미국 시카고의 라드만 박사가 양로원 노인 10여명에게 성장호르몬을 주사했다가 6개월 만에 중단한 것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르몬 투여 후 대상 노인들의 혈압.당뇨.전립선 비대증 등 지표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유박사는 '장수약'을 처방하거나 복용할 때 '위험과 이익'중 어느 쪽이 더 큰가를 철저히 따질 것을 환자.의사 모두에게 주문했다.

그는 폐경 여성이 골다공증.심장병 예방을 돕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을 복용하는 것은 이익이 위험(유방암 발생률 증가 등)보다 큰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체질이나 유전적 배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는 여성이라면 에스트로겐 복용의 이익보다 위험이 큰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수약을 파는 의사 스스로도 장기 복용이 과연 안전한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성이 불분명한 약을 처방하는 데 대해 미국 정부가 방관하는 이유"를 묻자 "노화방지 클리닉에서 운동.음식 등 다양한 처방을 내리고 있어 법적으로 규제하기 힘들다"고 답변했다.

유박사는 또 "미국의 의료보험 회사들은 장수약에 대해 보험을 적용해주지 않는다"며 "이는 노화를 확실하게 늦출 수 있는 치료법이나 약이 아직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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