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가 비급여전환 계기 고가약처방 '꿈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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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타, 훼스탈 등 일반의약품 979품목이 내달부터 비급여로 전환될 예정인 가운데 대부분의 개원의들이 전문약으로 처방을 변경, 고가약 선호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중인 일반약에 대한 비급여 전환 방침은 오히려 고가약 처방의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20일 개원가에 따르면 개원의들은 미란타, 써큐란 등 일반의약품 979품목 비급여전환을 계기로 처방을 변경할 예정이거나 이미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조치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있는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과 개원의들은 비급여로 전환 품목에 대한 확인 작업에 나선 가운데 처방 의약품을 점차 변경하고 있다.

강남의 S내과 개원의는 "이번에 비급여로 전환되는 품목의 80%가 소화기 계통의 약제"라며 "환자들이 부담을 줄기이 위해선 원칙적으로 피해(처방변경)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내과 개원의도 "상식적으로 처방의 큰 변경이 일어날 것"이라며 "제약사에서도 이미 유사효능의 전문약은 의원을 대상으로 비급여 전환품목은 약국을 대상으로 마케팅 전략을 변경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내과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결국 경질환자는 약국에서 약국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의약분업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내과개원의협의회는 오는 30일 정기총회를 열어, 일반약 비급여조치와 관련한 개원의들의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 개원의는 "가장 효과가 있는 약이 비급여도 됐다"며 "의사들에게 고가약 처방을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항히스타민제의 경우 일반약과 전문약이 최고 20배정도 차이나는 의약품도 존재한다"며 "결국 보험재정 고갈을 부추기는 또하나의 분기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개원가의 급속한 처방변경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제도가 변경됐다고 해서 처방에 연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처방변경은 의사의 개인적인 권리이지만 이달말쯤 기존 처방을 유지해 줄 것을 권고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동일 제형·제제가 전부 비급여로 전환되기 때문에 유사제제로 유사제제로 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언제가는 처방을 바꿀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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