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영변 구룡강 범람, 핵시설 손상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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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의 영변 핵시설이 홍수 피해를 보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가 위성사진을 분석해 12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에서다. 38노스는 “이달 6일 촬영된 상업용 위성사진을 보면 구룡강 수위가 지난달 22일 사진과 비교해 급격히 높아졌다. 상당한 홍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마도 지난 몇 년간 최악의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북한 당국은 홍수에 대비해 영변 핵시설을 감싸 흐르는 구룡강 제방을 계속 보수해 왔지만 올해 홍수는 막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38노스는 추정했다.

38노스 “냉각수 펌프장 침수”

38노스가 공개한 6일 사진에 따르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한 보가 잠겼고, 냉각수 공급 펌프장 건물엔 물이 들어찼다. 38노스는 이 사진을 통해 구룡강이 범람해 핵시설 가동을 위한 전력망과 냉각수 공급 파이프라인 등이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원자로를 냉각시키기 위해선 펌프 시설에서 필터를 통해 맑은 물을 공급해야 한다”며 “펌프 시설이 물에 잠겼다면 각종 모래와 자갈이 유입됐을 것이고, 피해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펌프 시설을 복구하는 동안 가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1960~70년대에도 이 지역에 홍수가 나 핵시설 건설에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 단 6일 이후 위성사진에는 구룡강 수위가 낮아지고 있어 핵시설 자체가 침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영변 핵시설이 심각한 침수 피해를 보았다면 영변을 대미 협상의 레버리지로 삼으려던 북한의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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