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대축제 첫날] 폐가 찾은 '집수리 봉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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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지붕에 우거진 잡초,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이숙정(82.충북 충주시 소태면)할머니 집에 6일 아침 특별한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중앙일보 자원봉사대축제에 참가한 소태면 어머니방범대(대장 박성자.50) 회원 15명과 자율방범대원 20명이 주인공.

이들은 들어서자마자 몇개 조로 나눠 집안 정리에 나섰다. 방범대원들은 지붕으로 올라가 깨진 슬레이트를 하늘색 함석으로 입혔다. 마구 뻗은 나뭇가지도 정리했다.

어머니방범대 회원들은 잡초를 뽑고 널린 연탄재도 치웠다. 옷.이불을 꺼내와 빨래도 했다. 그러기를 4시간여. 폐가 같았던 李할머니의 집은 새집처럼 깨끗해졌다.

"이젠 비가 와도 하늘을 원망할 일이 없겠구먼. 방안에 빗물이 새지 않을 테니…." 李할머니는 자원봉사에 참가한 이웃의 손을 일일이 잡고 굽은 허리를 연신 굽히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소태면 어머니방범대가 구성된 것은 2001년 2월. 이웃들이 너무 잘 아는 사이여서 방범보다 자원봉사에 더 관심을 쏟았다. 특히 이들은 혼자 살아가는 노인 17명과 1대1로 결연, 매주 노인들을 찾아가 빨래.청소.밑반찬 만들기 등의 봉사활동을 해왔다.

봄.가을에는 인근 온천으로 모셔 목욕과 머리 손질도 해줬고, 겨울이 오면 회비를 갹출해 점퍼와 내의를 마련했다. 지난달 23일에는 모든 노인 가구에 도배도 새로 했다.

방범대장 朴씨는 "비록 작은 도움이지만 李할머니가 불편함을 덜고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보람"이라며 "고장난 보일러는 돈이 없어 고쳐드리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전국자원봉사대축제 첫날인 이날 전국에서 개인.가족.단체.기관 등 20만여명이 봉사의 손길을 나눴다.

충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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