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에서 사망까지 평균 8일, 절반이 고혈압 환자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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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가 120명을 넘어섰다. 이중 절대 다수가 대구·경북지역에서 목숨을 잃었고, 사망자 세명 중 한명 꼴로 치매 환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사망 126명 분석…치매 30% #30~50대 치명률 1%, 80대는 13% #중국 의료진, 사망 29명 부검 결과 #“기관지 속 많은 분비물, 호흡 막아”

25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126명이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에서 120명이 숨져 95%를 차지했다. 경기 4명, 부산 1명, 강원 1명 등이었다. 사망자의 성별간 특색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남성 64명, 여성 62명이었다.

그러나 연령은 치명률(코로나19 사망자를 확진자로 나눈 것)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25일 0시 기준 30대 사망자는 1명, 40대 1명, 50대 10명이었다. 30~50대의 치명률은 1%를 넘지 않았다. 반면 60대(사망자 20명, 치명률 1.73%)부터 오르기 시작한 치명률은 70대(사망자 39명) 6.38%, 80대 이상(사망자 55명)에선 13.55%까지 치솟았다.

중앙일보 자체 분석 결과, 사망자 126명 중 기저질환이 없는 경우는 9명에 불과했다.

기저질환이 밝혀지지 않은 3명을 제외한 114명 중 고혈압 환자는 56명(중복 집계)으로 사망자의 약 절반(49%)에 해당했다. 이어 당뇨병 환자가 43명이었고(37%), 치매 환자도 34명(30%)으로 세명 중 한명 꼴이었다.

사후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12명을 제외하면 코로나19 확진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평균 8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 당일 사망한 경우도 3명이나 있었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교수는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사망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평균 5일 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는 의료 체계가 갈수록 체계적으로 작동하며 환자들의 사망 시점이 늦춰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가장 먼저 겪은 중국은 부검을 통한 병리학적 연구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국무원 연합방역 지휘부는 24일 “지난 2월 16일부터 최근까지 코로나19 감염자 29명을 부검한 결과 5가지 주요 사항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우선 임상학적인 관찰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감염자의 폐 안쪽이 굳어 있는 등 폐 손상이 컸다는 점이다. 사망자의 폐엔 염증으로 피의 성분이 맥관(脈管) 밖으로 스며 나오는 대량의 삼출(渗出) 현상이 나타났으며, 폐 안쪽에서 혈전과 괴사한 조직, 출혈 증상 등을 발견했다.

앞서 첫 부검에 참여했던 류량(劉良) 중국 화중(華中)과기대 퉁지(同濟)의학원 법의학과 교수는 이달 초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에 나와 “폐가 더는 폐가 아니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또 작은 기관지 안에서 많은 분비물이 발견됐다고 한다. 이 분비물이 기관지를 막아 호흡에 영향을 줬고 결과적으로 산소 부족이 초래됐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사망한 환자의 폐 속에 여전히 바이러스가 있었고 ▶면역 시스템이 큰 손상을 입었으며 ▶폐 이외의 다른 장기인 심장과 간장, 신장 등이 각기 다른 정도의 손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감염자 치료 시 중요 장기가 손상을 입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중국 방역 지휘부는 조언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이가영 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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