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협·화협 불화 표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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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단을 양분한 채 암투를 벌이고있는 한국미협과 한국서협이 양측이 주최, 이미 심사가 끝난 같은 이름의 제1회 대한민국서예대전을 놓고 마침내 폭로전을 전개.
먼저 포문을 연 쪽은 한국서예협회. 서협 측은 17일『미협 주최 대한민국서예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정광왕씨(37)의 작품「서남복 선생 어」는 글은 물론서체까지도 2년 전 말레이시아 국제화문서법대회에서 국제부 최고상을 수상한 전정우씨의 작품을 표절한 것』이라고 폭로하고『대련으로 된 정씨의 작품 중 첫 연은「묵장보감」속에 있는 서남복(청대의 문필가)의 글이지만 왼쪽 연 8자는 전씨가 한학자 김관호씨의 조언을 받아 써넣은 것을 그대로 베껴 넣었다』고 주장.
서협 평론분과위원장 정충낙씨는『미협 주최 서예대전의 대상수상자 정광주씨는 서예전문지「월간11서예」88년도 1월 호에 소개된 전씨의 작품을 표절하면서 예서체를 목간과 석문 송으로 약간 변형했을 뿐 기본적인 서체는 같으며 놀라운 것은 말레이시아 대회 때 심사위원으로서 전씨 작품을 뽑았던 김응현씨가 이번 대전에 참여, 정씨 작품을 다시 심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응현씨는『서체를 복사하듯 똑같이 모방한다면 몰라도 글을 베끼는 것은 상관없다. 글의 내용이 좋으면 누구의 것을 쓰더라도 표절이 될 수 없다』며『같은 작가가 전에 발표했던 작품을 다시 출품한 건 아니므로 문제될게 없다』는 입장.
○‥이번 대상 수상자의 작품 표절시비에 앞서 서협이 주최한 서예대전의 심사경위를 둘러싸고도 미협을 비롯한 서단 일각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거론해 왔던 게 사실.
우선『원로서예가 한사람씩을 서체별 심사위원으로 위촉, 그 많은 출품작들을 혼자 심사하게 한 것은 무리일 뿐만 아니라 공정성에도 의문의 여지를 남긴다』는 지적이 있었다.
○…미협과 서협의 싸움은 서협이 지난 4월 미협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 창립대회를 가진 이래 끊임없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지만『그것이 서로의 상처만을 들쑤시는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흘러서는 곤란하다』는 게 양측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양식 있는 서예인들의 생각.
서예가 김양동씨는『불공정·갈라먹기 식의 해묵은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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