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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장림 도입한다고 묘지 문제 해결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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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첫째, 우리나라에는 공설묘지와 사설 법인묘지가 430여 개소에 달한다. 또 전국에 방치된 수천 개의 공동묘지가 있다. 그런데도 마치 자연장과 수목장림이 없어 묘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처럼 국민여론을 유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묘지 문제는 정부가 불법 묘지를 근절하지 못하고 공동묘지 등을 재정비하지 못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 산골의 한 형태에 불과한 수목장이 도입되지 않아 일어난 문제가 아니다.

둘째, 산림청은 그동안 불법 묘지 문제에 대해 정책적 관심을 표명한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지금 와서 수목장림을 주도하려는 것은 장묘 문제 해결보다는 수목장림을 근거로 예산을 확보하고 산하 단체의 업무를 활성화하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셋째,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임종 후의 장례 방법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고인의 유언과 유족의 합의로 선택돼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수목장 붐을 일으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또 개정안은 가족, 종.문중 납골묘 높이를 70㎝, 면적을 0.96㎡로 제한하고 있어 상식이 안 통하는 정부 정책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넷째, 독일.스위스의 수목장림 모델은 그 나라의 역사적.문화적 배경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우리의 기후는 독일.스위스와 달라 유지.관리 측면에서 공설묘지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다섯째, 개정안에 따르면 자연장의 경우 자기 산이면 100㎡까지는 화장한 후 유골을 묻거나 뿌릴 수 있다. 이를 확산하면 관광지는 그곳을 선호했던 고인들의 유족들에 의해 유골이 산재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공공 부문에선 자연장이 우선적으로 시범 운영될 필요가 있다.

김태복 중부대 도시행정학과 교수·한국토지행정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