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 도의적 책임지고 철수 학교급식 조기 직영화는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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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푸드시스템 이창근 대표가 26일 서울 화곡동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최정동 기자

CJ푸드시스템은 학교급식 시장 철수의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우선 대형 급식 사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도의적인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학교급식 직영화가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CJ 관계자는 "급식 사고의 원인은 최종적으로 밝혀지겠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관리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학교급식 1위 업체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철수하는 것이 도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기회에 정부와 학부모 단체들이 요구하는 학교급식 직영화가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급식시설 무상 기부, 회사 보유 급식 관련 노하우 해당 학교 이전 등이 모두 이런 차원에서 시행하는 조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CJ의 공식적인 설명과 달리 업계는 CJ푸드시스템이 이번 기회에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학교급식 부문을 털어내고, 기업.공공기관 급식과 식자재 유통에 주력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실제 급식업체들은 학교급식에 대해 '계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익은 별로 남지 않고 신경은 신경대로 쓰이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각 업체들은 학교 부문의 비중을 점차로 줄이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학교급식 한 끼 식사 단가는 2500원 수준으로 기업(3000~3500원)에 비해 수익성이 현저히 낮다. 2500원에 인건비와 식재료비.물류비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에서 올해 3월까지 에버랜드는 초.중.고 학교급식 사업장을 68개에서 57개로 줄였으며, CJ푸드시스템도 같은 기간 80개에서 73개로, 신세계는 29개에서 26개로 축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CJ의 학교급식 시장 철수가 학교급식 전체 규모를 줄여 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해 학교급식 시장은 2800억원대로 CJ가 24%가량인 670억원, 아워홈이 450억원, 에버랜드가 300억원 정도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중소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다.

CJ측과 거래하는 협력업체의 타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CJ의 판단이다. CJ와 연계된 식자재 공급업체와 물류 업체는 325개. 대부분 직원 20~30명 수준의 중소업체다. CJ 관계자는 "CJ뿐 아니라 다른 급식업체와도 거래하는 협력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도 학교급식에서는 철수하지만 다른 급식 분야는 계속하기에 협력업체들의 물량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병원 등으로 납품하는 곳을 전환하면 협력업체의 타격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CJ의 급식사업 규모가 줄기 때문에 CJ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협력업체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볼 전망이다.

염태정 기자<yonnie@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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