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학군병ㆍ투기 없애는데 주력|광역학군 채택 선지원 후배정|새 명문교ㆍ통학 불편등 문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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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교부의 서울시 학군 조정계획은 74년 고교평준화제도와 함께 시행된 현행 학군제가 80년 8학군이 신설되면서 서울 강남지역에 신흥명문고가 수도권 인구분산책에 따라 이주, 집중되면서 위장전입자와 가거주자가 급증하고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을 부추기는 등 심한 부작용이 나타나▲교육의 불균형해소▲강남지역 부동산 투기억제차원에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문교부의 조정 기본방향은 이 같은 사회· 교육적 문제를 해소하고 수험생에게 공평한 진학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내년부터 현행 평준화정책을 유지하면서 학교의 고른 분포를 전제한 학군의 광역화와 수험생의 학교선택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이다.
또 현행 행정지역 중심으로 구분돼있는 학군개념을 통학거리·교통편의 등을 감안한 학교군집개념으로 바꾸고 희망하는 고교에 한해서 선지원-후배정제 등을 적용,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선택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으로 돼있다.
학군광역화방안은 행정구역 중심의 현행 9개 학군을 학교집단별로 3∼5개 학군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인근학군과 공동구역을 설립하는 등의 방식이다.
서울시교위와 서울시내고교 학군재조정연구 용역을 맡은 한국교육개발원은 이 같은 문교부의 기본방침에 따라▲통학거리에 얽매인 이제까지의 개편방향에서 벗어나 학군수는 크게 줄이며▲「8학군병」의 원인처방으로 사실상 8학군자체를 유명무실하게 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고▲학교의 학생 선발권과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일부 인정한다는 방향으로 여론수렴과 자료수집과정을 거쳐 6월까지 최종안을 마련키로 할 계획이다.
또 실시시기가 내년부터이므로 ]2월 치르는 고입 연합고사에 앞서 학부모와 일선학교, 수험생들이 대비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늦어도 8월 이전까지 한국교육개발원 연구팀의 조정방안을 토대로 최종안이 확정된다.
이번 조정계획에서 가장 유력한 방안은 3∼5개의 광역학군제.
이 안은 개편의 핵심인 8학군(서초·송파·강남·강동구)이 깨져 한강을 중심으로 성동·용산·중구 등 강북일부지역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학군광역화와 함께 강남 등 일부지역의 고교들이 희망할 경우 선복수지원-후배정으로 학교의 학생 선발권을 일부 보장하는 제도가 적극 검토되고 있다.
즉 학군내 고교중 진학을 원하는 고교를 복수로 미리 지망, 연합고사를 치르고 무작위 추첨을 하게된다. 서울시 교위측은 이미 한국과학기술원에 자문,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검토결과를 통보 받았다.
그러나 선지원-후배정 제도에 따르는 중학교육의 파행을 방지하기 위해「선지원」대학입시처럼 중학교 내신성적을 일정비율 입시에 반영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되고있다.
이 같은 광역학군제와 부분적 입시부활의 문제점도 많다. 학군이 광역화됨에 따라 학생들의 통학불편과 시내교통체증이 더욱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조정방향이 8학군 문제해결에 집중됨에 따라 당사자인 8학군지역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또 선지원 때는 3지망까지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어서 정원이 미달되는 학교가 발생하고 낙점학생이 생겨 재 추첨해야하는 이상현상도 우려된다.
더 나아가 학군광역화는 8학군을 희석시키는데는 기여할지 모르지만 새로운 명문학군을 만들어 또다시 8학군같은 집중현상을 야기 시켜 사회적 문제를 심화시킬 우려도 없지 않다.
학군이라는 기본개념이 존속하는 한 학군내 학교수용능력과 학생의 수적인 불균형은 여전히 남아 결국 타학군에 배정되는 학생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번 조정계획은 또「하향평준화」로 대표되는 당초 평준화실시부터의 문제점은 그대로 남는다. 제한된 학생에게 추첨배정방식으로 학교선택권을 부여한다는 것도 강제배정이라는점에서 비교육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크다.
문교부는「부동산 투기현상을 해소하는 것은 부차적 문제」라고 밝히고 있지만 부동산투기과열억제를 위해 학군조정작업을 하는 것은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하겠다.
따라서 교육문제는 순수교육정책차원에서 장· 단기개선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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