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소의 경제분야 협력 |합작·합영 공동생산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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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한과 소련은 지난달 17일「경제·문화협력협정」체결 40주년을 맞아 상호축전교환·기념집회 등 행사를 가지면서 친선협조관계를 다졌다.
북한 정무원 총리 연형묵은 소련에 보낸 축전 가운데 『지난40년 동안 북한과 소련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프롤레타리아국제주의 원칙에 기초하여 경제· 문화· 과학·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서로 긴밀히 협조해왔음을 재확인했다.
북한정권 수립직후인 49년 초 김일성의 첫 모스크바공식방문을 통해 성립된 이 협정은 그 이후 소련의 북한에 대한 모든 지원과 경제협력관계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되었다.
소련은 이와 관련하여 무상원조를 포학한 대북한지원내용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상히 밝혀온 반면, 북한은 사회주의적 국제관계의 「평등」만 내세울 뿐 구체적 언급은 회피하는 대조적인 입장을 취하고있다.
결국 양측의 협력내용은 .소련 측 일방의 자료에 의해 접근할 수밖에 없다. 소련이 주장하는 대북한 지원 내지 기여는 김일성이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그때마다 있었던 북한의 주요한 변화와 시기적으로 일치되고 있다.
소련 측 자료에 따르면 46∼48년의 3년간 쌍방의 상품 거래 고는 4·7배 증가하면서 북한 대외무역총액의 90%가 소련을 상대로 이루어졌다.
이 같은 추세는 49년의 협정조인과 더불어 무역뿐 아니라 대규모 농·공 생산분야 지원과 전문가 파견, 기술원조 등으로 확대되었고 50∼53년 기간의 전쟁물자 원조에로 이어졌다.
소련은 6· 25당시 「조선인민군」 부대에 소련인 군사고문 배치, 소련군 파일럿 참전, 만주일대에 엄호용 공군사단 주둔, 폭넓은 야전법원 운영사실파 경우에 따라 5개 기갑사단을 파견할 태세였음을 밝히고 있다.
김일성의 두 번째 모스크바방문은 휴전협정 조인 직후인 53년9월 북한의 전후 복구사업과 관련, 「원조이용관계 협의」를 위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54∼60년 동안 소련은 북한에 13억 루블을 공여 했다. 소련의 지원아래 이 기간 중 건설된 주요산업시설이 60년 현재 북한경제에서 차지한 비중은 전력생산의 36%,주철의 33%, 면직물의 60% 등으로 집계된다.
소련은 이 같은 자국의 원조에 의해 50년대 말까지 북한의 국민경제는 전후 재 건기가 완료되고 분단과 식민지 경제의 영향이 대체적으로 극복되어 사회주의의 기반이 갖추어진 것으로 평가한다.
김일성의 세 번째 방 소는 84년 7월이었다. 북한이 공업화와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함에 있어 새로운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조·소 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이 이때 체결됐다.
61∼70년대에 소련의 지원으로 건설 또는 재건된 산업시설은 김책 제철소· 북창화전 (1백20만kw), 웅기 정유공장 등 38개소에 이른다. 이들 시설의 북한경제에 대한 기여는 전력 40%, 석탄30%, 철강30%, 질소비료 25%의 증대로 나타났다.
김일성은 84년에 이어 86년 그의 마지막이자 다섯 번째로 모스크바를 찾아 개혁주창자「고르바초프 서기장과 쌍방관계의 강화를 다짐했다.
소련은 그의 제12차 5개년 계획 (86∼90년)에 대북 경제지원으로 동평양화전(20만kw)건설 등 19개 대형프로젝트를 포함시키는 한편, 차기 5개년 계획에도 대북지원 및 통상확대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의 관계가 경제협력분야에 치중되면서 새로운 형태로 합작·합영 방식의 공동생산 협력체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농업분야에서 북한농업근로자 수백 명이 이미 시베리아의 아무르 프리모리에 지역에 진출하였고 올해 안으로 1천6백 명을 증파, 약7천ha의 경지에 콩·채소·과일의 계약재배가 추진되고 있다.
이 경우 소련 측은 농업개발에 따른 농토와 농기계·비료 등을, 북한측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북한측은 노동의대가로 농 생산물 수입의 40%정도를 차지한다.
임업분야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동 시베리아 일대에 북한노동력에 의한 목재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67년부터 시작된 목재생산에는 현재 2만∼3만 명의 북한노동자가 진출해있다.
공업분야에서는 현재 하바로프스크·이르쿠츠크 등지와 함북·평양간, 아무르와 평남간, 사할린과 함북간의 기 업소들이 공동생산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소련 측은 지금까지 소련의 경제협력(원조)이 북한의 국민경제발전 및 국력강화에 기여한 정도로 『평가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강조가 북한의 「주체」 나 「자주노선」을 훼손할 만큼 드러내놓고 하는 것은 아니다 .개방에 대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쌍방의 경제분야 협력은 지금까지 일관되어온 이상으로 앞으로 더욱 증폭되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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