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 압박 - 수비 공조'한 발짝 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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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전날 세네갈과의 평가전에 뛰지 않은 김상식(왼쪽)과 이영표가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뉴시스]

23일 세네갈과의 평가전이 벌어진 서울월드컵경기장. 후반 35분 중원에서 치고 나가던 조원희는 상대 공격수의 압박에 공을 빼앗겼고 이것이 세네갈 미드필더 무사 은디아예에게 연결됐다. 한국의 수비수들이 순간적으로 서로 마크를 미루는 사이 은디아예의 발을 떠난 공은 골대 구석을 찔렀다. 이 실점 장면은 한국 수비의 문제점을 바로 보여줬다. 세네갈전을 통해 드러난 한국 수비의 문제점과 해법을 알아본다.

◆ '헐렁한' 미드필드=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수비는 포백 4명이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공을 잡으면 11명이 모두 수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의 위험 지역은 포백 뒷 공간이 아니라 앞이었다"고 말했다. 미드필드에서 미리 상대 공격을 차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점 장면을 비롯한 많은 위기가 중원에서 상대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하고 패스가 끊겨 허용한 것들이었다. 3-5-2 포메이션의 세네갈에 비해 한국의 4-3-3은 중원에서 수의 열세를 초래했고, 좌우 윙백인 김동진.송종국의 중원 가담도 소극적이었다.

▶해법은=역시 중원에서 협력과 압박의 부활이다. 미드필더뿐 아니라 윙백과 윙포워드까지 적극적으로 허리싸움에 가담해야 한다. 또 미드필더와 수비진 사이의 간격을 좁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상황에 맞는 전술 변화도 필요하다. 딕 아드보카트 대표팀 감독은 "상대에 맞춰 전체 포메이션에 변화를 줬어야 하는데 체력훈련 차원에서 4-3-3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월드컵 본선 무대라면 당연히 전술 변화를 꾀할 일이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젊은 선수들에게 좀 더 경험을 쌓게 해 실전에서 심리적 위축을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드필더로 뛴 백지훈.김두현.이호가 독일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주전으로 뛸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면 주눅 든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 '우왕좌왕' 중앙 수비=전반 16분 오버래핑한 세네갈 미드필더의 크로스가 날아왔을 때 한국 문전의 수비수들은 공을 좇아 한쪽으로 몰렸다. 이때 흘러나온 공을 세네갈 공격수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슈팅으로 연결했다. 실점 장면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전에서 수비수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겹치는 장면이 자주 노출됐다. 상대가 치고 들어올 때 지역방어에서 대인방어로 전환하는 속도도 느렸다. 김호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수비수 위치만 정해졌지 실전에서 이들이 어떻게 협력할지는 아직 훈련이 덜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해법은=협력수비에 대한 지속적인 훈련이 우선이다. 특히 세네갈전처럼 상대 미드필더가 2선에서 순간적으로 침투하거나 크로스를 올리는 경우 역할분담을 확실히 해 이른 시간 내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이 중앙 수비에 적극 가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남일.이호 등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이 중앙 수비수와 협력해 수비력을 배가하는 것이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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