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 말로만 "주택담보대출 주춤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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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은행장들은 19일 최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점차 둔화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을 자제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는 표명하지 않았다. 그동안 은행들은 겉으론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늘어나 걱정이란 반응을 보이면서도, 뒤로는 밀어내기식 담보대출 늘리기 경쟁을 심하게 벌여왔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초청으로 이날 오전 금융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월례 금융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은행간 과당경쟁에 의해 주택담보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참석자들은 그러나 정부의 3.30 부동산안정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향후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장들은 이에 따라 앞으로 우량 개인과 개인사업자(SOHO) 고객에 대한 신용대출을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아울러 참석자들은 최근 중소기업 대출이 크게 늘어났으나 지난 2002 ̄2003년과는 달리 음식, 숙박업 등 일부 서비스업종에 집중되기보다는 제조업대출 비중이 40%에 달하고 있는데다 은행의 리스크 관리도 잘 이뤄지고 있다면서 부작용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다만 금리할인 경쟁으로 예대마진이 축소돼 있어 이런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은행 수익성과 건전성이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밖에 최근 급락한 원.달러 환율에 대해 은행장들은 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해 정책당국에서 속도와 폭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성태 총재는 글로벌 달러 약세가 대세이나 최근 원화의 절상 속도가 빨랐음을 감안하면 앞으로 원화가 엔화 등 경쟁국 통화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갈 것 같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어 "환율 안정을 위해 정부의 외환자유화 추진과 병행해 민간부문의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는 등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모임에는 황영기 우리은행장, 김종열 하나은행장,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 존 필메리디스 SC제일은행장, 강권석 기업은행장, 김종배 산업은행 부총재, 김진호 수출입은행 전무 등이 참석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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