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어떻게 다시 태어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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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MBC의 위상을 결정하게될 KBS소유주식 70%의 처분시한이 연말로 임박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의 구체적인 방침이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KBS와 정수재단(MBC 주식 30%소유)이 가지고있는 MBC주식을 농어촌 불우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장학재단이 인수토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방송국 및 방송종류 상호간의 관계, 공동사업 및 협조에 관한 사항을 심의 결정하는」(방송법 제17조 6항)권한을 가진 방송위원회는 18일 KBS에 공문을 보내 처분방식을 결정하기에 앞서 사전협의를 거칠 것을 요구했다.
방송위원회의 이 같은 요구는 자체내 MBC위상정립연구분과위원회가 준비중인 처분방안이 확정되는 내달까지 정부가 MBC문제를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강한 견제의 표시로 해석되고있다.
현재 방송위원회가 마련중인 안은 공익재단방식의 주식회사형태와 국민개주제·사원지주제를 혼합한 이른바 통제된 상업주의(controlled Commer-cialism)방식의 「공익적 민영방송」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의 핵심은 권력과 독점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며 이를 확고히 보강하기 위해 이사의 선임 방식을 정관에 구체적으로 명시한다는 것.
방송위원회에서는 새로운 장학재단에 의해 MBC를 인수하는 방안은 한마디로 정부에 의한 언론통제구상에 다름아니라는 입장이다.
불우학생을 위한 장학사업은 정부의 책임이므로 방송발전을 위해 쓰여져야 할 방송수익금으로 이를 충당한다는 것은 논리에 어긋나며 따라서 밑바닥에 깔린 의도는 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처분방안은 MBC노조측의 입장과도 크게 어긋나고 있다.
MBC노조의 방안은 국민개주제·우리사주조합·공익재단방식을 혼합한 공익적 민영방송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송위원회의 방안과 비슷하다.
다만 방송위원회의 방안이 전체주식을 ▲우리사주조합 15% ▲공익법인 55% ▲국민주 30%로 분산시키자는데 반해 MBC노조는 ▲우리사주조합 15% ▲국민주 30∼50% ▲공익법인이 나머지를 갖는다는 방안이어서 주식분산 비율만 다를 뿐이다.
80년 언론통폐합 당시 7개 민간기업이 강압에 의해 KBS측에 넘겨준 주식 70%의 반환요구에 대해서는 방송사의 자산이 궁극적으로 국가의 자산이므로 주식반환이 아닌 실비보상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데 방송위원회·MBC노조측의 입장이 일치하고 있다.
MBC경영진은 아직 독자안을 제시하지 못하고있으며 다만 국민개주제는 반대하나 사원지주제는 바람직하다는 등의 부분적인 입장만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법적 처리시한을 불과 한달남짓 앞두고 여러 갈래의 목소리가 통일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11월28일 언기법을 대체해 공포·시행된 새 방송법이 구체적인 처리방법을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뭏든 각계의 의견을 수렴, 공익적 민영방송안을 마련중인 방송위원회와 정부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야권3당이 공동으로 특별법을 제정, MBC의 새로운 위상을 결정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에도 정치권력 및 독점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두가지 원칙이 달성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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