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은 안으로 굽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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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0일 오후2시, 육군 보통 군사법원 대법정-.
중앙경제신문 오홍근 부장테러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린 이날의 법정 분위기는 특이했다. 재판정, 특히 군사법원재판정이라는 이름에서 연상하게 되는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죄를 심판하는 추상같은 냉철함과 숙연한 긴장감 대신 재판정의 단상단하가 한마음으로 교류하는 듯 은은한 훈기조차 느껴졌다.
현역 장군의 지시로 현역장교들이 인솔한 군인들이 출근길의 시민에게 칼을 휘두르고 집단폭행을 함으로써 물의를 빚었던 사건의 성격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그것은 심판석에 좌 정한 재판관들이나 피고인을 고발한 검찰관이나 방청석의 군 관계자들의 표정에서도 느껴졌다.『장교에게는 사망선고와 다름없는 현역제적과 2등 병장 등을 시키면서…. 장군·소령·대위라고 피고 안의 계급을 공식적으로는 마지막 불러 보는 선배장교가 되어 만감이 교차하는 심경』이라고 전제한 재판장 김광석 소장은 온정이 넘치는 목소리로 판결문을 읽어 나갔다.
담담한 표정의 이규홍 준장·박철수 소령·안선호 대위를 하나씩 불러 2명에 집행유예, 1명에게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불법명령과 불법명령에의 복종을 함께 처벌함으로써 군의 기강 확립에 한 획을 그은 재판이었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재판정의 분위기와 판결은 아직도 시민의 감각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군을 보는 것 같아 착잡함을 지울 수 없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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